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신체 활동량이 줄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또한 적은 활동량으로 수분 섭취가 적어지면서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치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차가운 바람은 항문과 혈액순환 장애를 가져와 치핵환자들의 증상이 심해지거나 악화되게 한다. 평소 남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치핵에 관한 궁금증과 예방법을 일산백병원 외과 최평화 교수와 알아본다.
항문관 내에는 정상적으로 혈관과 결합조직으로 구성된 항문 융기라고 불리는 주름으로 된 구조물이 있다. 항문 융기는 항문관 내에 방사선으로 세 곳에 위치하며 주로 배변 시 항문관을 보호하거나 변실금을 예방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항문 융기를 지지하는 구조물들이 배변습관 등으로 인하여 약화되거나 울혈 되어 항문 탈출이나 출혈 및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의학적으로 ‘치핵’이라고 정의하며 흔히 치질로 알려져 있다.
치핵의 발병 원인으로는 흔히 저 식이 섬유로 인한 변비나 오랫동안 변기에 앉아 있는 배변습관, 음주, 임신, 연령 증가 등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섬유가 부족한 식이는 장통과 시간을 늘려 변을 작고 딱딱하게 하고 배출하기 위해 많이 애쓰게 만들며, 이로 인하여 항문 융기를 지지하는 결체조직을 약화 시켜 항문 융기를 튀어나오게 하거나 항문관 울혈을 유발하여 탈출과 출혈 등의 치핵 증상을 유발한다.
치핵은 이론상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내치핵은 항문입구에서 안쪽으로 2~3cm에 위치한 치상선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기준으로 상방에서 발생하는 치핵이며, 외치핵은 치상선 하방에서 발생하는 치핵이다.
그러나 내치핵과 외치핵의 뚜렷한 구분 없이 치상선에 걸쳐 발생하는 혼합형 치핵의 빈도도 비교적 흔한 편이다. 내치핵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신경이 분포해 있기 때문에 통증 보다는 출혈이나 탈출이 주증상이며, 진행 정도에 따라 출혈만 있는 1기, 배변 시 탈출되었지만 배변 후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는 2기, 배변 시 탈출되나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손으로 밀어 넣어도 원 위치로 환원되지 않는 4기로 분류한다.
외치핵은 내치핵과 달리 분류법이 없으며,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주로 통증을 유발하며, 특히 항문 융기에 혈전이 발생한 경우에는 검푸른 색의 콩알 같은 모양을 보이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내치핵은 진행정도에 따라 눈에 보일 수 있는 반면, 외치핵은 항문입구에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에 쉽게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치핵의 치료는 크게 약물을 사용하는 보전적 치료와 수술 등의 침습적 치료로 분류할 수 있다. 보전적 치료로는 배변 시 과도하게 힘주지 않고 5분 이상 오래 변기에 앉아 있지 않는 배변습관이 중요하다. 쉽게 배변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수분과 야채, 과일과 같은 고 식이 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좌욕을 시행함으로써 항문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항문근육을 이완 시켜주고 항문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치핵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 이러한 비약물적 치료와 더불어 치핵 증상을 경감시켜주는 연고나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로 증상이 지속된다면 경화요법이나 고무밴드 결찰술 등의 치료가 시도 될 수 있고, 치핵조직을 제거하는 등의 수술적 치료가 시행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전형적인 치핵 절제술이 주로 시행되어 왔고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치핵의 수술적 치료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치핵 수술 후 통증이 비교적 적은 수술로써 원형문합기라는 기구를 사용하여 치핵으로 인하여 처진 모양의 항문을 원래의 생리적, 해부학적 위치로 교정하여 치핵을 치료하는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치핵 예방에 좋은 생활습관으로는 먼저 치핵이 배변 습관과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랫동안 변기에 않아 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많은 환자들이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가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화장실에 배변을 보러 간다.
이러한 경우,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변기에 앉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배변 시 변비로 인해 과도하게 힘을 주게 되면 이 또한 치핵을 유발할 수 있다.
Q&A
1. 치핵 수술 부작용으로 괄약근에 손상이 올 수 있나요?
치핵 절제 수술은 항문 괄약근 표면에 위치한 치핵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괄약근 손상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된다. 또한 최근에 많이 시행되고 있는 원형문합기를 이용한 수술인 경우에도 일부 괄약근이 포함되어 제거될 경우도 있으나 항문기능에 영향을 줄 정도의 손상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2. 오래 서있으면 치핵에 걸리나요?
치핵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문헌적 근거는 명확하지 않으나 병인론적으로 오래 서있게 되면 항문 주위로 울혈이 발생하여 치핵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3. 치핵 자가진단법이 있나요?
치핵 초기인 경우 배변 시 혹은 배변 후 항문출혈을 경험할 수 있는데, 통증이 없으면서 선홍색의 출혈이 발생할 때 치핵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치핵 이외에도 대장암으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에 고령,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거나 체중 감소 및 배변습관 변화 등의 대장암 증상이 있는 환자는 대장 내시경을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외치핵은 육안으로 탈출되어 있는 치핵을 관찰함으로써 진단이 가능하며, 내치핵은 2기 이상인 경우에 탈출된 치핵을 관찰하거나 손으로 촉지함으로써 자가 진단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위와 같이 치핵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항문 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
4. 치핵은 반드시 수술해야 하나요? 초기 치핵 관리법은 없나요?
초기에는 약물 및 연고 사용, 고 식이 섬유 섭취, 좌욕 등의 보존적인 방법으로 증상의 호전을 보일 수 있으나 치핵 조직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될 경우,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치핵은 반드시 수술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전적 치료로 호전이 없거나 일상생활에 불편할 정도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5. 치핵은 또 재발할 확률이 높나요?
치핵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이지만 치핵 수술을 하였다 하더라도 배변습관 등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 수술 후 이와 같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핵은 비교적 재발이 흔하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국내 통계 자료에서 각종 질환 중 치료 후 재발률 1위에 해당하는 질환이 치핵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꾸준한 배변습관 등의 관리가 중요하다.
6. 치핵은 대장암이나 다른 암으로 발전 될 확률이 높나요?
항문출혈과 같이 치핵과 대장암 증상이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치핵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으나, 치핵과 대장암은 관련성이 없고, 치핵이 대장암이나 다른 암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7. 비대 사용 습관이 치핵 발생률을 낮춰주나요?
비대 사용 습관이 치핵의 발생률을 낮춘다는 문헌적 근거는 없으나, 비데를 사용함으로써 항문 청결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항문 주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항문 주위 혈관의 울혈을 감소시켜 치핵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8. 술을 많이 마시면 치핵에 걸릴 확률이 높나요?
치핵이 있는 환자가 과음하게 되면 다음 날 치핵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치핵의 발생원인 중 하나는 항문 주위 혈액이 정체되는 것인데,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항문 주변으로 유입된 혈류가 정체되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술은 치핵에 상당히 해롭다고 할 수 있으며, 과음으로 인하여 치핵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