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41세 회사원 A씨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곤해지며 밤에 잘 때 식은땀을 흘리고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요새 감정 기복도 심한 것 같고 사람 만나는 것이 귀찮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는 때도 있다. 그냥 더위를 먹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매년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 한방병원을 찾았더니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균형이 무너졌다고 했다. 바로 자율신경 실조증이었다.
기운 없고, 땀 많고, 소화도 안되네 ‘더위 먹었나?’
한여름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A씨와 같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증상을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한다. ‘더위를 먹다’라는 말은 ‘더위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병이 생겼다’라는 의미다. 현대 의학에서는 일사병, 열사병과 같이 장기간 햇볕에 노출되어 혈액과 체액이 손실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한 일사병 환자를 많이 볼 수는 없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더위에 지쳐서 기운 없고 식은땀도 흘리며 잠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는 상태 즉 ‘더위 먹음’의 실체는 무엇일까?
더위 먹음 = 자율신경 실조증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우리 몸의 교감과 부교감, 이 두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이 두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소화관의 운동, 땀의 분비, 체온 조절 같은 인체의 생리적인 부분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이를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더위 먹음’도 자율신경이 담당하는 체온과 땀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석재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린 사람, 면역력인 떨어진 노인에게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면서 “만일 에어컨의 찬바람이 싫거나 소화 장애를 동반하거나 머리가 아프고 현기증이 같이 올 때가 있다면 더욱 확실하게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신경 실조증은 심장박동의 변이된 정도를 측정하는 심박변이도 검사(Heart Rate Variability)로 측정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아래 15가지 문항 중 10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자율신경 실조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