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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레저.신간

서평/격동의 세월을 되씹어 보다 ‘반추’



나는 지난 2월 18일 한강포럼 강연회에 참석, 지성한 회우가 지은 역작 ‘반추’(反芻)를 선물로 받았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나누어 썼다. 1부는 권력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무고한 사람을 뒤집어 씌워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이른바 ‘윤필용장군 사건’의 이야기이며, 2, 3, 4부는 저자가 6.25전쟁 때 군에 장교로 임관하여 대령으로 예편한 후 사업가로서, 마주회장으로서, sbs이사로서, 서울 바로크 합주단 이사장으로서 각계의 많은 사람들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담았다. 귀한 만남, 소중한 인연 등을 실었다.

나는 지성한 회우가 헌병대령 출신으로서 사업가이면서 마주협회 회장을 역임했다는 점, 아들이 국회의원을 역임한 지상욱 국민의 힘 여의도연구원장이라는 점과 며느리가 유명한 탤런트 출신인 심은하라는 점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외유내강의 신사풍의 사업가로서 한강포럼의 자문위원으로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포럼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으며, 한강포럼에서 주최하는 국내여행 및 해외여행에도 열심히 참석하시는 분이라는 점 등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반추’라는 책을 통해 한 점 부끄럼 없이 정직하게 살아온 저자가 당시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과 신범식 서울신문사장의 억지로 꿰맞춘 ‘윤필용장군 사건’으로 1년6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무죄로 풀려나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윤필용 장군사건’의 내막은 한마디로 신범식씨와 박종규씨가 윤필용장군과 이후락중앙정보부장을 몰아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모함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윤필용 장군을 비롯한 장성 2명과 저자를 포함한 장교 8명에게 최고 15년에서 최하 1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죄목은 업무상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8개항목이다. 당시 판결문은 법적 판결문이라기보다 보안사령부에서 만든 소설같은 얼토당토 않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는데 죄목은 모두 개인비리뿐이었다. 쿠데타 모의는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루된 사람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오욕을 남겼다. 윤장군을 비롯한 군인 40여명이 졸지에 군복을 벗어야 했다. 이 가운데 10여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매우 처참했다.

저자는 왜 무고한 사람에게 엉뚱한 혐의를 씌워 구렁텅이에 빠뜨렸을까 하고 오랫동안 생각 끝에 그 해답을 찾아냈다고 한다. 탐욕, 즉 권력욕 때문이었다는 것.

신범식씨는 정치학박사로 대학교수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문공부장관을 거쳐 서울신문사 사장에 오른 사람으로 더 이상 부러울게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욕망은 굶주린 야수처럼 강렬해서 신문사 사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부요직에 오르고 싶다는 야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모함시나리오를 짰던 박종규 경호실장은 박정희 정권을 떠받치는 네 기둥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경호실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중앙정보부와 같은 방대한 조직을 이끌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 차있었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2인자로 날로 기세가 등등해져갔고, 윤필용 장군은 대통령의 총애와 확고한 지지세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두 거목의 입지가 강화될수록 신범식씨나 박종규씨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점점 사라져갔다.

권력욕으로 눈이 맞은 신범식씨와 박종규씨는 두 거목을 무너뜨릴 기회를 엿보던 끝에 대통령에게 “측근을 조심하십시오”라는 거짓충언과 함께 시나리오에 따라 윤필용장군이 대통령을 험담하며 후계자를 논했다고 보안사령부에 밀고했다.

한마디로 윤필용장군 사건은 신범식씨와 박종규씨가 손잡고 윤필용장군을 모함하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저자는 탐욕은 끝이 없는 것으로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탐욕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고 일갈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쌓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평소 저자의 인생관, 철학관, 가치관 등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지혜를 얻고 감동을 받는다.

저자는 1981년 어느 추운 겨울날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쓰러진 후 인근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졌다. 한달 후 의식이 깨어나 담당 주치의로부터 최선을 다할테니 수술을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저자는 수술이 잘못되면 반신불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하나님께 맡기기로 하고 수술을 거절했다. 인명은 (人命)은 재천(在天)이니 하늘에 맡기자고 수술을 거절한지 40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얼마나 강인한 집념을 갖고 있는지 존경스럽기만 하다.

저자는 이병철 삼성그룹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새한미디어그룹 회장과 보성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봤다. 그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하며, 2∼3년 전의 매출실적을 꿸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계산기를 옆에 두고 무엇이든 숫자로 환산해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이창희씨는 이같이 뛰어난 능력과 부지런함으로 사업에 매진한 결과 창업 10년만에 100대 재벌에 진입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저자가 평소 가까이 지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최서면(崔書勉)국제한국연구원 원장이다. 한강포럼초청으로 강연을 한 바 있는 최원장은 1957년 일본으로 건너가 1998년 귀국할 때까지 30여년간 한·일관계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온 인물이다. 일본의 저명한 대학교수, 언론사 논설위원 등 내로라 하는 지식인 50여명이 최서면 원장을 중심으로 한 간담회를 조직해서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 가나야마 마사히데(金山政英) 전 주한일본대사는 최서면씨를 통하지 않고는 한국과 일을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그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가나야마 대사는 죽기 전에 “나의 시신을 한국 땅 최서면씨의 가묘 옆에 묻어 달라. 죽어서도 한·일간의 친선과 친화를 돕고 지켜보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유언에 따라 1997년 가나야마대사의 유골이 벽제 천주교 서울대교구 삼각지 본당 하늘 묘원에 있는 최서면씨의 가묘 옆에 묻혔다. 죽은 뒤에 유골로라도 곁에 묻히고 싶어 하는 벗이 얼마나 있을까. 최서면씨와 가나야먀 대사의 깊은 우정이 부럽기만 하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밖에도 육사 14기 출신으로 윤필용수경사령관의 비서실장을 거쳐 전역한 후 한전사장으로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박정기씨의 이야기, 조선일보 편집국장, 대우전자 사장을 역임한 김용원 한강포럼회장의 해박한 미술에 관한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6.25전쟁이 일어나자 군에 입대, 조국을 지킨 대한민국을 사랑한 진정한 애국자이다. 항상 진리를 탐구하는 학구적인 분이다. 그는 역사서 등 책을 꾸준히 읽는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겸손하며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분이다. 한강포럼에도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매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저자는 성공신화가 아닌 생존신화를 쓰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성공은 쉽게 과거형이 되지만 생존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인간 지성한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와 얽힌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성한 회장의 90년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쓴이:김용발 한강포럼 회우(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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