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골다공증 골절’은 더 이상 개인 질환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관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골다공증 골절 방지를 위한 국가관리체계 구축 정책 토론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자리였다. 대한골대사학회와 김윤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고,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 필요성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인구 10명 중 2명 이상이 골다공증 환자이며, 골절 발생 건수는 지난 2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골다공증 골절은 한 번 발생하면 재골절 위험이 5배까지 높아지는 대표적인 ‘연쇄 위험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는 골절 예방을 목표로 한 일관된 국가 전략이나 관리 비전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규리 대한골대사학회 보험정책이사는 골다공증 골절 예방을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 그리고 치료 이후의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핵심임에도, 제도는 여전히 검사·치료·관리 단계가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가검진 확대나 치료제 급여 기준 개선 등 개별적인 성과는 있었지만,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관리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황 이사가 제시한 대안은 지역 보건소 중심의 골밀도 검사 인프라 확충과 이를 지역 병·의원 치료로 즉시 연계하는 의료전달체계 구축이다. 중복 검사와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고, 유소견자나 골절 고위험군은 치료 이후에도 등록·관리 체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골다공증을 일회성 치료 대상이 아닌 ‘만성 관리 질환’으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 전환을 전제로 한다.
두 번째 발표에서 제기된 쟁점은 골형성치료제 급여 기준의 현실성 문제였다. 백승훈 대한골대사학회 보험정책이사는 현재 국내 건강보험 급여 체계가 골절 초고위험군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접근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골형성치료제가 골흡수억제제를 먼저 사용한 뒤 효과가 없을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그러나 다수의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골절 초고위험군에게 골형성치료제를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급여 대상 기준이 ▲65세 이상 ▲T점수 -2.5 이하 ▲골다공증성 골절 2회 이상 발생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환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는 구조다.
백 이사는 골흡수억제제를 먼저 사용하면 이후 골형성치료제의 효과가 감소하는 ‘커플링 현상’을 지적하며, 치료 순서 자체가 임상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서도 골형성치료제를 우선 사용했을 때 골밀도 개선 효과가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골다공증 골절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이미 2008~2011년 기준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이 비용이 치료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병 부담, 생산성 저하, 돌봄자의 경제·정서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크다.
토론회에서는 효과가 입증된 골형성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해 골절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약제비 증가로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골절 감소와 돌봄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오히려 재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패널 토론에서는 골다공증 정책을 단순한 의학적 문제를 넘어 ‘삶의 질’과 ‘돌봄 정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노년기의 기동성 상실은 곧 독립성 상실로 이어지며, 이는 개인과 가족, 사회 전체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내년 3월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을 계기로, 병원 치료와 재활, 가정 돌봄이 단절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골절 환자를 위한 연속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김윤 의원은 골절 예방을 통한 노년의 일상 보장이 중요한 정책 과제임을 강조하며, 국회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을 약속했다. 대한골대사학회 역시 골형성치료제 급여 기준 개선을 위한 공식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토론회는 골다공증 골절이 더 이상 개인의 건강관리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고령사회에서 골절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다. 이제 남은 것은 문제 인식이 아니라, 이를 제도로 구현하려는 정책적 결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