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두술의 한계를 넘어서…뇌질환 치료 패러다임 바꾸는 방사선 수술

  • 등록 2025.12.16 08:47:32
크게보기

고대안산병원 신경외과 서영범 교수“트루빔-하이퍼아크,다른 방사선 수술의 경우 5개 병변을 치료하면 2시간 내외가 소요되지만, 이 수술 기법 활용하면 30분 소요"




노수술은 여전히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큰 심리적·신체적 부담을 안기는 치료 중 하나다. 고난도 술기 자체의 위험성뿐 아니라 전신마취, 두개골 절개에 따른 합병증, 장기간 회복 과정은 치료 결정을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다발성 뇌전이암이나 뇌혈관 기형 환자의 경우, 기존 개두술은 치료 효과 이전에 삶의 질 저하라는 현실적 문제를 동반해 왔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며 최근 주목받는 대안이 절개와 마취 없이 병변을 치료하는 방사선 수술이다. 고정밀 방사선을 이용해 병변에만 고용량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침습적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용되는 여러 방사선 수술 기법 가운데, 트루빔-하이퍼아크(TrueBeam HyperArc)는 치료 효율성과 환자 편의성을 동시에 개선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트루빔 STx를 기반으로 한 이 기법은 환자 맞춤형 마스크 고정 장치와 2.5mm 다엽 콜리메이터를 활용해 정상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병변에 정밀하게 방사선을 조사한다.

특히 다발성 뇌전이 치료에서 하이퍼아크의 강점은 치료 시간 단축이다. 기존 방사선 수술은 병변 수가 늘어날수록 치료 시간이 비례해 증가하는 구조였지만, 하이퍼아크는 병변 개수와 무관하게 약 30분 내 치료가 가능하다. 다수 병변 치료에 2시간 이상 소요되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부담을 크게 줄인 셈이다.

고대안산병원 신경외과 서영범 교수는 “트루빔-하이퍼아크는 다른 방사선 수술 기법과 동등한 치료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다발성 뇌전이 환자에서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치료 테이블을 회전시키며 다양한 각도에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어, 침습적인 고정 장치 없이도 정밀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임상적 강점으로 꼽았다.

이러한 임상 경험은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아시아 방사선종양학 학회 연합체인 FARO에서 발표를 통해, 신경계 뇌질환 치료에서 방사선 수술 기법의 발전과 임상적 우수성을 소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국내 방사선 수술 역량이 아시아 의료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대안산병원은 2019년 트루빔 STx 도입 이후, 뇌종양을 비롯해 폐암·간암·전립선암·항문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이 장비를 활용해 왔다. 특히 뇌종양센터에서는 트루빔-하이퍼아크와 감마나이프를 병행해, 수술이 어렵거나 침습 치료를 피해야 하는 환자에게 맞춤형 방사선 수술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뇌질환 치료는 더 이상 ‘수술이냐, 포기냐’의 이분법에 머물지 않는다. 고정밀 방사선 수술 기술의 발전은 환자의 생존뿐 아니라 치료 과정과 이후의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이동시키고 있다. 트루빔-하이퍼아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발성 뇌전이를 포함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재영 기자 imph7777@naver.com
Copyright @2015 메디팜헬스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주)메디팜헬스뉴스/등록번호 서울 아01522/등록일자 2011년 2월 23일/제호 메디팜헬스/발행인 김용발/편집인 노재영/발행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대로 42길 45 메디팜헬스빌딩 1층/발행일자 2011년 3월 3일/청소년 보호 책임자 김용발/Tel. 02-701-0019 / Fax. 02-701-0350 /기사접수 imph7777@naver.com 메디팜헬스뉴스의 모든 기사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무단사용하는 경우 법에 저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