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중방역수의사 정원 150명 중 127명만 충원되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공중방역수의사 제도 시행 이후 정원에서 20명 이상이 부족한 상황은 처음이다. 공방수 미달 사태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가운데, 현장의 공방수들이 생각하는 대규모 미달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베트윈은 최근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와 공동으로 ‘전국 공중방역수의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에는 전∙현직 공중방역수의사(이하 공방수) 92명(현역 공중방역수의사 88명, 복무만료가 4명)이 참여했다.
공방수들은 지난 2023년 대규모 미달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긴 복무기간을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89.1%가 ‘현역병에 비해 과도하게 긴 약 37개월의 복무기간’을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가축방역 영역에 강제 복무함으로써 수반되는 수의사로서의 커리어 단절(46.7%) ▲아직까지 불안정한 공중방역수의사의 처우 및 신분적 한계(38%) ▲희망하지 않는 교외 지역에서의 복무 및 주거 (35.9%) 등이 공방수들이 생각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의 절반 가까이는 기회가 다시 온다면 공중방역수의사 이외의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응답자의 44.7%가 공방수로 편성되기 이전으로 돌아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현역병(20.7%), 카투사(18.5%), 수의장교(2.2%) 등을 포함해 다른 방법으로 이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로 베트윈이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졸업 후 진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직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수의대생 50명 중 절반 이상인 52%가 공방수 또는 수의장교 이외의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복무기간(훈련소 제외 36개월)이 너무 길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6.7%로 가장 많았다.
아울러 공방수들은 동물 질병의 방역에 대한 가축방역관(수의사)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는지에 대해 다소 의문을 가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다양한 동물 질병의 방역에 있어 가축방역관의 역량이 잘 발휘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현직 공방수는 36%에 불과했다. 역량 발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공방수들은 그 이유에 대해 ▲비전문적이고 현실성 없는 정부 동물 방역 정책(78.6%) ▲불필요한 행정 업무 등으로 인한 역량 낭비(75%) ▲가축방역관의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다(41.1%) ▲가축방역관(수의사)의 전문성 부족(21.4%) 등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럼피스킨병과 관련해 농림식품부 등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에 대해 응답자 중 20.4%만이 ‘잘했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그저 그랬다(34.1%), ▲매우 못했다(27.3%) ▲조금 못했다(18.2%) 등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방수로 복무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응답자의 23%는 복무 중 부당한 업무 상 지시나 업무 외적인 갑질 및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