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영 칼럼/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실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 점검에서 의료기관과 약국 6곳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처방전 없는 전문의약품 판매, 지인 제공, 진료기록부 미작성 등 기본적인 의료·약사법조차 지켜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적발 비율은 1% 수준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숫자에 있지 않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관리 체계가 시장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체중 감소 효과가 입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삭센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시장을 주도하며 처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위고비는 출시 직후부터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 목적보다 미용·다이어트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 달 만에 몇 kg 감량” 같은 후기들이 넘쳐나고, 일부 병·의원과 약국에서는 사실상 ‘비급여 다이어트 상품’처럼 판매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사용 경험이 확산되면서 오남용 논란이 반복돼 왔다.
실제 미국에서는 GLP-1 치료제의 폭발적 수요 증가 이후 불법 온라인 판매와 위조 의약품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FDA는 위고비와 오젬픽의 가짜 제품 유통에 대해 여러 차례 소비자 경고를 발표했고, 영국 MHRA 역시 온라인 불법 판매와 미허가 광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원격진료만으로 무분별하게 처방이 이뤄지면서 안전성 논란도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식약처 점검에서 확인된 것처럼 의료기관 개설 의사가 자신이 사용하면서 진료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단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의료 윤리와 의약품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문제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지인에게 제공한 행위 역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명백한 불법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지금은 시작 단계라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시장은 위고비·삭센다·마운자로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시장 규모가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미약품은 GLP-1 기반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HK이노엔도 차세대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GLP-1 후보물질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일동제약 역시 경구용 GLP-1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시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산업 육성과 함께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비급여 처방이 많은 특성을 고려하면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급 데이터와 실제 처방·조제 내역을 실시간 연계해 이상 거래를 조기에 포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불법 광고와 SNS 판매 역시 보다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 단순 삭제 요청 수준을 넘어 플랫폼 사업자 책임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직구를 통한 무허가 제품 유입 차단 역시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위반 의료기관과 약국 공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회수 때는 업체명이 공개되는데,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전문의약품 불법 유통은 비공개에 가까운 방식으로 처리되는 현실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반복 위반 기관에 대해서는 명단 공개와 함께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GLP-1 비만치료제는 분명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열 수 있는 혁신 치료제다. 그러나 관리되지 않은 시장은 결국 또 다른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열풍’에 편승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 윤리를 지키기 위한 냉정하고 엄격한 관리 시스템이다. 시장이 더 커진 뒤 뒤늦게 대응하기에는 국민 건강이 감당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