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몸 안에 삽입하는 의료기기 표면에서 세균막(바이오필름) 형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는 차세대 소재를 개발했다. 항생제 코팅이나 나노입자 처리 없이 소재 자체의 물성을 활용해 세균 부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장기간 사용되는 삽입형 의료기기의 감염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로 주목된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성학준·이강석·김요한 교수와 김주은 학생, 의생명과학부 조성우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학교 수의외과학 김대현 교수와 공동으로 이식형 의료기기에 적용 가능한 항바이오필름 소재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스텐트와 카테터 등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에서는 세균이 표면에 달라붙어 군집을 형성하는 바이오필름이 주요 문제로 꼽힌다. 바이오필름은 항생제 침투를 어렵게 해 감염 치료를 방해하고, 만성염증이나 병원성 미생물 감염의 원인이 된다.
기존에는 의료기기 표면에 항생제나 나노입자를 코팅하는 방식이 사용됐지만, 체내 조직과의 반복적인 마찰로 코팅층이 벗겨지면서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약물이나 별도의 코팅 없이 세균 부착 자체를 억제할 수 있는 플랫폼 구현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체온에서 원래 형태로 복원되는 형상기억고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를 활용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형상기억고분자는 체온에서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이 고분자는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상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비정질상이 공존하는 구조를 갖는데, 체온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변형과 회복이 일어나면서 내부 결정 구조가 더욱 균일하고 치밀하게 재배열된다.
이 과정에서 표면에 촘촘한 결정 영역이 형성되며 세균이 달라붙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표면 결정 틈의 크기가 세균 크기인 0.5~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아져 세균이 물리적으로 부착할 수 없도록 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물리적 움직임만으로도 표면 밀도가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항바이오필름 기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도 주목된다. 연구팀이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등 바이오필름을 유발하는 주요 세균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형상기억고분자에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세균 부착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또 실제 담도를 해당 고분자 기반 플랫폼으로 대체한 동물실험에서는 1년 동안 바이오필름 형성이나 주변 장기 협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성학준 교수는 “형상기억고분자의 표면 결정 제어 기술을 이용해 신개념 항바이오필름 의료기기 소재를 개발했다”며 “대부분의 삽입형 의료기기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바이오필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mall(IF 12.1)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