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열풍이 거세다. 병원 진료실은 물론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몇 kg을 감량했다"는 경험담이 넘쳐난다. 한때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비만치료제가 이제는 일반인들에게 '다이어트 필수품'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하지만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살 빼는 약'이 아니라 비만이라는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의약품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은 물론 일부 암의 위험까지 높이는 질환이다. 따라서 비만치료제 역시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에게 전문의의 진료와 지속적인 관리 아래 사용해야 하는 치료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 수단으로 소비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위고비 국내 출시 이후 처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임에도 공급 부족 현상이 반복될 정도로 수요가 몰렸고, 여기에 마운자로까지 국내 시장에 합류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향후 수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관리체계는 여전히 '다이어트약'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가 현실이 됐다.
미국에서는 정상 체중인데도 미용 목적으로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유명인의 사용 경험과 SNS 확산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졌다. 그 결과 정작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와 당뇨병 환자들이 약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온라인 진료를 통한 부적절한 처방과 불법 유통 사례가 늘어나자 의료당국이 처방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BMI와 동반질환 확인을 의무화하고, 허위 체중 정보 입력을 통한 처방을 막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했다.
호주 역시 미용 목적 사용이 늘어나자 의료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적정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급 우선순위를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도 위장관 부작용, 담낭질환, 췌장염, 저혈당, 근손실 등 다양한 이상반응에 대한 안전성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격한 체중 감소에 따른 근손실도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지방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도 함께 감소시킬 수 있다.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병행하지 않으면 근감소증 위험이 커지고, 특히 고령층에서는 낙상과 골절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요요현상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중단한 뒤 상당수 환자에서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 개선 없이 약물에만 의존했다면 요요는 피하기 어렵다. 결국 비만치료제는 생활습관을 대신하는 약이 아니라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치료 도구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문한빛 교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교수는 "비만치료제의 시작과 중단 시점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하며, 부작용 관리와 장기적인 체중 유지 계획까지 함께 세우는 것이 성공적인 비만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비만치료제가 처방받아 복용만 하면 끝나는 약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약을 언제 시작하고 언제 중단할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지, 약을 끊은 뒤에도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생활습관을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모두 치료의 일부라는 의미다. 결국 성공적인 비만 치료는 약 자체가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장기적인 관리 과정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빨리 살을 빼는 약인가'가 아니라 '누가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치료제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응증에 맞는 처방 원칙을 더욱 강화하고, SNS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과장 광고와 오남용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환자 교육을 통해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 생활습관 개선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국내에서도 비만치료제의 사용 실태와 부작용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국가 차원의 약물감시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만치료제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판매 경쟁이 아니라 안전한 사용 문화다. 해외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비만치료제를 '다이어트약'이 아닌 '만성질환 치료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비만치료제의 진정한 치료 가치를 살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