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이 급증하면서 단기간에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감량 효과 뒤에는 담석증과 담낭염 등 담낭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담낭 질환 수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4년 주요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담낭절제술은 2020년 8만6,274건에서 2024년 9만7,470건으로 약 13% 증가했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했다가 지방을 소화할 때 배출하는 장기다. 담즙 속 콜레스테롤 등이 굳어 돌처럼 변한 것이 담석이며, 담석이 담즙의 흐름을 막으면 담낭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담낭염이 발생하면 오른쪽 윗배 통증과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담낭 천공이나 장폐색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외과 정윤아 전문의는 "담석증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비만과 당뇨병, 그리고 급격한 체중 감소"라며 "담낭염의 약 90~95%는 담석이 원인인 만큼 담석이 잘 생기는 상황을 이해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격한 체중 감량이 담석을 만드는 이유는 담즙의 변화 때문이다. 단기간에 체중이 크게 줄면 간에서 담즙으로 분비되는 콜레스테롤 양이 증가하는 반면, 식사량 감소로 담낭 수축 기능은 떨어져 담즙이 장시간 담낭에 머물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담즙이 농축되면서 담석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담석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며,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약 두 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나이가 많을수록 담낭염 등 합병증 위험도 커진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자체가 담낭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와 GIP/GLP-1 이중작용제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과 메타분석에서는 해당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군에서 대조군보다 담석증과 담낭염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담석이 발견되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통증이나 발열 등 담낭염 증상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담낭절제술이 권고된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지만, 작고 석회화되지 않은 콜레스테롤 담석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며 치료 효과도 제한적이다. 특히 치료 후 5년 이내 재발률이 약 50%에 달해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급성 담낭염으로 통증이 심하거나 약물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담낭절제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복강경 수술이 표준 치료로 시행되고 있으며, 고난도 환자에서는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수술 적용도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가 비만과 당뇨병 관리에 효과적인 치료법인 것은 분명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지나치게 빠른 체중 감량은 오히려 담낭과 췌장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이 감량했는가'보다 '얼마나 안전하게 감량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윤아 전문의는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급격한 단식이나 무리한 체중 감량은 피하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며 "오른쪽 윗배나 명치 통증이 식후 반복되거나 발열, 구역감이 동반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담낭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