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에 조영제를 주입하는 것만으로 림프관을 시각화할 수 있는 새로운 MRI 검사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사타구니 림프절에 바늘을 찔러 조영제를 직접 주입해야 했던 기존 검사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에는 확인이 어려웠던 간과 장간막 림프관까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어 림프액 누출 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허세범 교수와 의생명연구원 윤성환 교수, 한림대병원 영상의학과 권려민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과 파일럿 임상연구를 통해 새롭게 개발한 **정맥 내 조영증강 MR 림프관 조영술(IV-MRL)**의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9일 밝혔다.
림프계는 면역 기능과 체액 균형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암 수술이나 외상 등으로 림프관이 손상되면 림프액이 새어 나와 영양 부족과 면역력 저하, 복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정확한 누출 부위를 찾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현재 표준 검사법으로 사용되는 사타구니 림프절 내 주사 기반 림프관 조영술과 동적 조영증강 MR 림프관 조영술(DCMRL)은 림프절에 정확히 바늘을 삽입해야 하는 고난도 시술이다. 또한 전체 림프액 생성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간과 장간막 림프관을 거의 보여주지 못해 림프액 누출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장간막 림프관 손상으로 발생하는 유미복수 환자의 경우 누출 부위 확인율이 약 55% 수준에 그쳤다.
연구팀은 먼저 돼지 모델을 이용해 정맥으로 조영제를 투여한 뒤 혈액과 림프액 내 조영제 농도를 시간대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주사 후 20~30분이 지나면 혈액보다 림프액의 조영제 농도가 더 높아지는 '림프기'가 확인됐으며, MRI에서는 유미조의 신호 강도가 등근육 대비 최대 5.5배 증가해 림프관이 뚜렷하게 시각화됐다.
이어 기존 DCMRL과 비교한 결과 두 검사 모두 흉관과 후복막 림프관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IV-MRL은 기존 검사에서 제한적이었던 간과 장간막 림프관까지 선명하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파일럿 임상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2024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림프 누출이 의심돼 IV-MRL 검사를 받은 환자 16명(평균 연령 56.6세)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주사 후 1분 시점에는 정맥 대비 림프관 신호 비율이 0.49였지만, 20분 후에는 1.47로 유의하게 증가해(P<0.001) 혈관 주사만으로도 림프관을 효과적으로 영상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검사보다 환자의 통증과 시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허세범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정맥 주사 방식의 IV-MRL은 기존 림프절 직접 주사와 달리 혈관 주사만으로 시행할 수 있어 시술 난도와 환자의 통증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림프 누출 질환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상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Radiology」(IF 17.6)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