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가 단순한 수출 호조를 넘어 지역과 유통채널, 제품군이 동시에 확장되는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페이즈3(Phase 3)'로 규정하며 중국 중심 성장과 미국·일본 온라인 중심 성장을 넘어 글로벌 대중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6년 1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0% 증가한 31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수출도 6억2,000만 달러로 41% 증가했다. 특히 7월 1일부터 10일까지 잠정 화장품 수출액은 4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9% 늘어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유럽 수출 급증…글로벌 시장 다변화 본격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출 지역의 다변화다.
7월 1~10일 기준 유럽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8% 급증하며 전체 화장품 수출의 25%를 차지했다. 이는 북미 비중(22%)을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다.
올해 상반기 누적 증가율 역시 유럽이 63.1%로 미국(37.5%), 동남아시아(13.6%)를 크게 앞질렀다.
업계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낮아지고 유럽·중동·중남미 등 신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K-뷰티의 수출 기반이 한층 안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성장세는 아마존 프라임데이 일정이 앞당겨진 상황에서도 유지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025년 프라임데이는 7월 8~11일 개최됐지만 올해는 6월 23~26일로 이동해 관련 물량이 이미 6월 수출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에도 7월 초 수출 증가율이 40% 가까이 유지되면서 구조적 성장 흐름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중심 성장에서 글로벌 대중화 시대로
K-뷰티 성장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페이즈1(2012~2017년)은 중국과 홍콩을 중심으로 럭셔리·프리미엄 기초화장품이 성장한 시기다. 면세점과 백화점이 핵심 판매 채널이었지만 사드 사태와 한한령, 중국 로컬 브랜드 성장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페이즈2(2020~2025년)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인디 브랜드가 온라인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시기다. 기능성 스킨케어와 일부 색조 제품이 아마존과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에게 확산됐으며, 브랜드는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ODM 기업은 생산 경쟁력을 담당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페이즈3는 글로벌 대중화가 핵심이다. 미국과 일본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 중동, 중남미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인디 브랜드도 글로벌 중형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으로…글로벌 유통망 확대
유통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제품이 현지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ULTA와 세포라(Sephora)를 넘어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코스트코(Costco) 등 대형 유통업체 입점이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영국 부츠(Boots), 독일 더글라스(Douglas) 등 주요 유통망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유통업체들이 K-뷰티 전용 매대를 설치하고 제품군별 진열을 확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메디큐브, 라네즈, 달바 등 주요 브랜드들이 글로벌 유통사와 체결했던 일정 기간 독점 판매 계약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종료되면서 판매 채널 확대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케어·더마·헤어케어가 새로운 성장축
제품군도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기초화장품 중심이던 시장은 더마코스메틱과 선케어, 헤어·바디케어까지 성장축이 확대되고 있다.
7월 1~10일 기초화장품과 선케어 수출은 전년 대비 46.4% 증가했으며 두 품목이 전체 화장품 수출의 87%를 차지했다.
헤어케어 시장에서는 두피를 피부처럼 관리하는 '스킨니피케이션(Skinification)'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두피 세럼과 앰플, 트리트먼트 등 기능성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두발용 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했다.
선케어 역시 야외 활동용 제품에서 일상 스킨케어 제품으로 소비가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 OTC 인증과 생산 역량을 확보한 국내 ODM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ODM 기업 성장성 부각…생산 경쟁력이 핵심
업계는 페이즈3의 최대 수혜자로 ODM 기업을 꼽는다.
시장과 국가, 브랜드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특정 브랜드의 흥행보다 다양한 고객사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대표 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는 미국 자회사 잉글우드랩을 통해 OTC 선케어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조선미녀, 아누아, 믹순 등 주요 인디 브랜드의 미국 선케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상위 2개 고객사 매출 비중도 올해 1분기 기준 20% 미만으로 낮아져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다. 2027년 오창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신규 브랜드 생산 능력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메카코리아의 매출이 2024년 5,243억 원에서 2025년 6,409억 원, 2026년 7,917억 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이익도 604억 원에서 835억 원, 1,062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콜마 역시 화장품 내용물부터 용기까지 일괄 공급하는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국내 인디 브랜드 상위 4개사의 선케어 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기초화장품 비중 확대와 선케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매출은 2024년 2조4,521억 원에서 2026년 3조699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1,938억 원에서 3,153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국가 의존 넘어 '구조적 성장' 진입
업계는 K-뷰티가 중국 중심의 성장기와 미국·일본 온라인 중심의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글로벌 시장과 유통망, 제품군이 동시에 확대되는 새로운 성장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특정 국가나 특정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유럽을 비롯한 신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출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소비재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지역과 채널, 제품군이 함께 성장하는 페이즈3에서는 브랜드뿐 아니라 생산 경쟁력을 갖춘 ODM 기업들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