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새로운 승부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모더나(Moderna)와 머크(Merck)가 공동 개발 중인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이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초기 결과를 내놓으면서 국내에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맞춤형 암 백신 기술을 개발 중인 SCL사이언스 자회사 네오젠로직(Neogenlogic)의 기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모더나와 머크는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개인 맞춤형 mRNA 기반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키트루다 단독요법보다 재발 없는 생존과 원격전이 없는 생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3상에는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2B~4기 흑색종 환자 1,137명이 참여했다. 새로운 안전성 우려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와 전체 생존율(OS) 자료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양사는 전체 연구 결과를 향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규제기관과 허가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결과는 개별 환자의 종양 돌연변이를 분석해 맞춤 제작한 mRNA 신생항원 치료제가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9일 뉴욕증시에서 모더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6.97% 상승한 174.38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주가가 약 2.8배 수준으로 뛰었다. mRNA 암 백신 기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다시 급격히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맞춤형 암 백신 경쟁 본격화…핵심은 ‘신생항원 발굴’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핵심은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 돌연변이 가운데 실제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신생항원(Neoantigen)’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느냐에 있다.
환자의 종양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뒤 정상세포에는 존재하지 않고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 가운데 면역세포가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해 환자별 백신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쟁도 단순한 mRNA 제조기술을 넘어 신생항원을 정확하게 예측·선별하는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술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SCL사이언스 자회사 네오젠로직이 구축하고 있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암 백신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네오젠로직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AI 기반 신생항원 예측기술을 개발해 왔다.
회사가 구축한 개인 맞춤형 암 백신 플랫폼 ‘DeepNeoVx®’의 핵심인 DeepNeo는 DeepNeo-MHC, DeepNeo-TCR, DeepNeo-BCR 등의 AI 솔루션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히 MHC 결합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T세포와 B세포를 모두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는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T세포 중심 암 백신 한계 넘어 ‘B세포 반응’까지 예측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B세포 반응성 예측기술이다.
현재 개발 중인 상당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암세포의 신생항원을 T세포가 인식하도록 유도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오젠로직과 KAIST 연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생항원에 대한 B세포 반응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암 유전체 데이터와 동물실험, 암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검증했으며, KAIST는 이를 신생항원에 대한 B세포 반응성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최초의 AI 기술로 평가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B cell–reactive neoantigens boost antitumor immunity’라는 제목으로 2025년 12월 게재됐다. 논문에는 KAIST뿐 아니라 네오젠로직, 삼성서울병원, 국립보건연구원 등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특히 연구에서는 T세포와 B세포 반응을 함께 고려할 경우 항종양 면역반응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는 향후 개인 맞춤형 암 백신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T세포 중심 접근법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SCL사이언스 헬스케어 인프라와 AI 기술 결합
SCL사이언스가 네오젠로직에 주목하는 이유도 개인 맞춤형 암 백신 개발에 필요한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할 가능성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AI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암 조직과 혈액 등을 이용한 유전체·RNA·단백질 분석부터 신생항원 발굴, 후보물질 선정, 치료효과 검증 및 임상 모니터링까지 다양한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SCL사이언스는 기존 검체검사·유전체 분석·임상시험 및 헬스케어 관련 인프라에 네오젠로직의 AI 신생항원 발굴 기술을 결합해 개인 맞춤형 암 백신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환자 유전체 분석부터 DeepNeo를 통한 신생항원 발굴, 치료효과 예측과 임상 모니터링을 연결하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네오젠로직은 신생항원 AI 기술의 사업화와 함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전임상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7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미국 FDA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KAIST 측은 밝힌 바 있다.
모더나 3상 성공, 국내 기술에도 ‘기회’…임상 검증은 과제
모더나·머크의 이번 임상 3상 결과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 분야가 연구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 경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개별 환자의 암 돌연변이를 분석해 최적의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기술이 치료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AI 기반 신생항원 예측 플랫폼의 가치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흐름은 DeepNeo를 개발한 네오젠로직과 모회사 SCL사이언스에도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글로벌 선두 업체가 이미 임상 3상에 도달한 것과 달리 네오젠로직의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아직 전임상 개발 단계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AI 신생항원 예측기술의 우수성이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와 안전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결국 향후 관전 포인트는 DeepNeo의 T세포·B세포 통합 예측 경쟁력이 실제 임상에서 어느 정도 재현되는지, 2027년 목표로 추진 중인 임상 진입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그리고 SCL사이언스의 검사·유전체·임상 인프라와 네오젠로직의 AI 기술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되는지가 될 전망이다.
모더나와 머크가 임상 3상을 통해 개인 맞춤형 mRNA 암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가운데, 글로벌 암 백신 경쟁의 무대가 ‘mRNA 플랫폼’에서 ‘누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신생항원을 정확하게 찾아내느냐’는 AI 정밀의료 경쟁으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원문에 있던 ‘면역반응 유도 확률 4.7배’ 표현은 이번 기사에서는 제외했습니다. 확인 가능한 논문·KAIST 자료를 기준으로 과도한 수치 해석을 피하고, 모더나 임상 3상 역시 아직 전체 세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