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졸중 위험이 아주 높지 않은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항응고제 치료가 뇌졸중과 전신색전증 등 주요 합병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항응고제를 사용한 환자는 사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주요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69% 낮았으며, 허혈성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 위험은 90% 감소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정보영·유희태·김대훈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인 심방세동 환자라도 항응고제를 사용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치료를 받으면 뇌졸중과 색전증 등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IF 84.5)’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지난달 2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26 유럽심장학회·세계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도 공개됐다.
◇고위험군과 달리 치료 근거 부족했던 ‘중간위험군’
심방세동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심장 안에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면 혈전이 생길 수 있으며, 이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심방세동 환자는 CHA₂DS₂-VA 점수에 따라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한다. 현재 진료 가이드라인은 75세 이상이거나 뇌졸중·전신색전증 등의 병력이 있는 고위험 심방세동 환자에게 항응고제 치료를 강력하게 권고한다.
반면 고혈압·당뇨병·심부전·혈관질환·고령 등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중간위험 환자에 대해서는 항응고제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간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항응고제 사용 여부에 따른 치료 결과를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803명 무작위 임상…항응고제 투여군 902명·비투여군 901명
연구팀은 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을 비롯한 국내 18개 의료기관에서 뇌졸중 위험이 중간 정도인 심방세동 환자 1803명을 모집해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환자 902명에게 항응고제를 복용하도록 하고 A군으로 분류했으며, 나머지 901명은 항응고제를 투여하지 않는 B군으로 배정했다.
이후 24개월 동안 뇌졸중, 심장 등에서 발생한 혈전이 다른 혈관을 막는 전신색전증, 뇌 등 주요 장기에서 발생하거나 수혈이 필요한 주요 출혈, 심혈관계 사망 등의 발생 여부를 관찰했다.
◇주요 임상사건 ‘4명 대 13명’…발생 위험 69% 감소
분석 결과 항응고제 치료를 받은 A군에서는 주요 임상사건이 4명에게 발생한 반면 항응고제를 사용하지 않은 B군에서는 13명에게 발생했다. 24개월 누적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A군의 발생 위험은 B군보다 69% 낮았다.
특히 허혈성 뇌졸중 또는 전신색전증에서는 차이가 더욱 뚜렷했다. A군에서는 1명에게 발생한 반면 B군에서는 10명에게 발생해 항응고제 치료군의 발생 위험이 9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응고제 치료에서 우려되는 주요 출혈의 누적 발생률은 두 군에서 비슷했다. 심혈관계 사망은 양쪽 모두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위험요인 하나뿐이어도 항응고제 치료 도움”
이번 연구는 그동안 치료 여부를 결정할 충분한 근거가 부족했던 중간위험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항응고제가 주요 출혈 위험을 뚜렷하게 높이지 않으면서 뇌졸중과 혈전색전증 등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보영 교수는 “뇌졸중 위험요인이 하나뿐인 심방세동 환자도 항응고제 치료가 뇌졸중을 비롯한 주요 임상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가 중간위험 환자의 항응고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하는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