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서 가르치고 돌봤던 제자들이 이제 의사의 길을 걸으며 한국의 첨단 의료기술과 진료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이태석 신부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교육과 나눔의 씨앗이 제자들을 통해 남수단 의료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태석재단 초청으로 3개월 동안 한국에서 연수 중인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제자 9명이 지난 8월 31일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혈액검사실과 암병원 외래, 로봇물류센터 등 주요 의료시설을 둘러봤다고 밝혔다.
한국을 찾은 제자 9명 가운데 3명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으로 근무 중이며, 3명은 의대 졸업예정자, 나머지 3명은 의대 6학년이다. 모두 초·중·고교 시절 이태석 신부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거나 도움을 받은 제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 첨단 의료현장 둘러보며 ‘질문 또 질문’
제자들은 삼성서울병원의 첨단 의료시설과 체계적인 병원 운영 시스템을 살펴보며 진료와 검사, 환자 관리 등에 대해 의료진에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단순한 시설 견학을 넘어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검사와 진료가 어떻게 연결되고 첨단 시스템이 의료진의 진료와 환자 관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지원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장은 제자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 남수단 의료 발전에 힘써 달라”며 “무엇보다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양주 한양병원, 이틀간 의료실습 프로그램 지원
앞서 남양주 한양병원도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을 위해 병원 차원의 지원에 나서 이틀간 의료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병원 의료진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영상의학 관련 시설 등 주요 의료현장을 개방해 제자들이 실제 진료 시스템과 의료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제자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둘러보고 CT와 MRI 등 의료장비 및 병원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기관삽관과 요추천자, 초음파·혈관초음파, 봉합술 등을 직접 실습하고 감염관리를 위한 보호장구 착·탈의 훈련도 받았다.
첨단 의료장비와 전문적인 술기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남수단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교육이다. 제자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질문과 메모를 이어갔으며 실습 과정도 휴대전화 영상에 담았다. 한국에서 익힌 의료기술과 경험을 남수단으로 돌아가 실제 환자 진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장진혁 한양의료재단 이사장은 “이번 의료연수가 제자들이 앞으로 의사로 활동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수단 주바 티칭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말리스 마뉴엔(37)은 “대학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중요한 의학 지식과 의료기술을 배웠다”며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남수단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식수·AI 교육·의료인 양성으로 이어지는 ‘이태석 2.0 프로젝트’
제자들의 한국 초청과 의료연수는 이태석재단이 추진하는 ‘이태석 2.0 프로젝트’의 하나다.
재단은 이태석 신부가 남긴 나눔과 헌신을 오늘날 남수단의 현실에 맞게 이어가기 위해 식수 개발과 AI 교과서 보급, 의료인 양성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인 양성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태석 신부의 제자인 조셉 볼은 재단의 장학 지원을 받아 전문의 수련을 마치고 남수단 최초의 신경과 전문의가 됐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9명의 제자들 역시 의사의 길을 걸으며 남수단 의료를 이끌 차세대 인재로 성장하고 있다.
구진성 이태석리더십아카데미 대표는 “신부님은 떠났지만 그의 삶은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며 “제자들이 훌륭한 전문의로 성장해 남수단 의료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16년 지나도 계속되는 ‘이태석의 울림’
삼성서울병원의 첨단 의료현장 견학과 남양주 한양병원의 의료실습은 방식은 달랐지만 출발점은 하나였다.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이라는 인연이다.
남양주 한양병원은 의료진과 시설을 지원해 실질적인 의료술기 교육 기회를 제공했고, 삼성서울병원은 첨단 의료현장을 개방해 남수단의 미래 의료인들이 선진 의료시스템을 경험하도록 도왔다.
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제자들의 한국 방문을 소개한 유튜브 채널 ‘구수환PD의 공감36.5’ 영상은 조회수 40만회를 넘겼으며,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과 그 뜻을 이어가는 제자들을 응원하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태석 신부가 남수단에서 뿌린 교육의 씨앗은 16년이 지난 지금 의사가 된 제자들과 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통해 다시 환자를 살리는 의료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