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롯데호텔 현장을 찾았다. 반세기를 맞은 학회의 학술대회답게 행사장은 분주했다. 2층과 3층 여러 세션장에서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국내외 연자들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고, 기자간담회가 열린 회의장 바로 옆에서도 연자의 열띤 발표가 계속됐다.행사장 풍경만 놓고 보면 국내 소화기내시경 분야가 지난 50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올림푸스를 비롯해 유한양행 등 여러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업체들이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는 통로 좌우에 부스를 설치하고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홍보와 현장 마케팅에 나서고 있었다. 학술과 산업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국제학술대회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후 3시10분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약 한 시간 동안 진지하고 심도 있게 진행됐다. 학회 집행부는 창립 50주년의 의미와 국제학술대회의 성과, 앞으로 학회가 나아갈 방향 등을 설명했다. 김현수 이사장도 지난 반세기 동안 학회가 쌓아온 성과와 국제화, 미래 발전 방향을 압축해 설명했다. 50년이라는 세월이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집행부의 자부심도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런데 간담회가 진행되면서 작은 의문 하나가 생겼다.
이번 학술대회는 참가국과 발표 초록 규모 등에서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그렇다면 기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렇게 많은 연구 가운데 학회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연구는 무엇일까. 앞으로 우리나라 소화기내시경의 방향을 바꿀 만한 연구가 있는가. 국제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초록은 무엇인가.
그래서 물었다.
“이번 학술대회에 제출된 초록 가운데 주최 측에서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거나, 베스트라고 평가할 만한 초록 한두 편을 소개해 달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한 임원이 “아주 좋은 질문인데 학술이사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물어본 뒤 서면으로 답변드리면 어떻겠느냐”는 취지로 양해를 구했다.
그제야 알았다. 창립 50주년 국제학술대회의 기자간담회에 정작 초록 심사와 학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학술이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강의 중”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강의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학교 강의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한다. 김현수 이사장도 마이크를 넘겨받아 기자들이 학술적인 부분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갖는 줄 미처 몰랐다는 취지로 답하며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학술이사에게 피치 못할 일정이 있었을 수 있다. 그 사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기자가 불참 자체를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날은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의 공식 기자간담회였다. 더구나 역대 최대 규모의 초록과 국제화를 주요 성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면, 기자들이 어떤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지 묻는 것은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 가운데 하나다. 기자간담회에서 학술이사의 역할이 필요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총무이사와 사회를 맡은 섭외이사 등 여러 임원이 뒤이어 이번 학술대회의 우수 연구와 주목할 만한 발표들을 설명하며 빈자리를 메우려 애썼다. 그 노력은 충분히 느껴졌다. 그러나 처음 질문이 던져졌을 때 이어졌던 짧은 침묵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50주년이라는 숫자는 무겁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내시경 진료와 연구, 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0주년 국제학술대회의 기자간담회라면 과거의 성과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가장 중요한 연구가 무엇이며 앞으로 10년, 20년 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도 컸다.
간담회 막바지에 다시 질문했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에 학회 차원에서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의료계 기자간담회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의학회나 의사회라면 수가 문제든, 필수의료든, 의료인력 문제든, 연구지원이든 한두 가지 현안을 꺼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날 이사장의 답변은 뜻밖에 짧았다.
“정부 방침에 맞춰 학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다른 의사회나 학술단체 기자간담회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답변이라 오히려 오래 귀에 남았다.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은 필요하다. 국민 건강을 다루는 전문가 단체라면 정부와 협력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러나 학회의 역할이 정부 방침을 따르는 데만 머물 수 있을까.
학회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많은 지식과 임상 경험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다. 정부 정책이 옳다면 뒷받침해야 하고, 현장과 맞지 않는다면 근거를 갖고 고쳐달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와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반대도 아니다.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해 전문가 집단이 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늘 롯데호텔의 2층과 3층에서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었다. 젊은 연구자와 원로 의사,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서 질문하고 토론했다. 복도에는 제약·의료기기 업체들의 부스가 늘어서 있었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알리기 위한 경쟁도 뜨거웠다.
그 풍경 속에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걸어온 50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가 가장 좋은 연구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학회의 학술 책임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정부에 무엇을 바라는지 물었을 때 “정부 방침에 맞추고 있다”는 말보다 소화기내시경 분야의 미래를 위해 이것만큼은 필요하다고 한 가지라도 힘주어 말했다면 어땠을까.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이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것을 묻는다. 그래서 기자간담회다.
그리고 50년을 맞은 학회라면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기자들이 미처 묻지 못한 미래까지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느낀 아쉬움은 어쩌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50년은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숫자이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50년을 묻는 숫자다.
오늘 롯데호텔에서 나는 그 답의 일부를 들었다. 그러나 가장 듣고 싶었던 ‘학술의 목소리’는 조금 부족했다.
그것이 창립 50주년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장을 나오면서 끝내 남은 아쉬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