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8일이 지나지 않은 신생아의 전장유전체를 분석해 기존 선별검사로 찾아내기 어려운 희귀유전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하는 국가 연구가 본격화된다. 올해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모두 1,800명의 신생아가 연구에 참여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 국립보건연구원(원장 남재환)은 신생아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장유전체염기서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연구’ 참여자 모집을 지난 8월부터 본격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생후 28일 이내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실시해 치료 가능한 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치료하고, 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연구책임자는 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 4월부터 다학제 협의체 구성과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참여자 모집 및 상담체계 구축 등 사전 준비를 진행해 왔다.
연구 대상은 올해 1차년도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800명으로 확대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한다.
신생아 선별검사는 치료 가능한 선천성 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기 위한 대표적인 공중보건사업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선천성 대사이상질환과 청각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질환 검사는 2006년 페닐케톤뇨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 호모시스틴뇨증 등 6종에서 2018년 50여 종으로 확대됐고, 2024년 파브리병과 폼페병 등 리소좀 축적질환 6종이 추가돼 현재 약 70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검사가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비해 전장유전체 분석은 한 번의 검사로 보다 폭넓은 희귀유전질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유전체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신생아 선별검사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 등에서는 신생아 전장유전체 스크리닝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 신생아 시퀀싱 컨소시엄(ICoNS)을 중심으로 공중보건 체계 도입에 대한 국제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이에 앞서 2025년 시범사업을 통해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과 유전자를 선정하고 참여자 동의체계 및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당시 검사 대상 유전자는 필수 647개와 선택 136개로 구성됐다.
이번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체계를 확립하고 참여자를 확대해 진단 효율성과 임상적·경제적 유용성을 검증한다. 궁극적으로 국가 정책 도입 여부를 판단할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전장유전체 선별검사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선천성 긴 QT 증후군’을 가상사례로 제시했다. 기존 신생아 대사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특별한 증상도 없는 아기라도 유전체 검사에서 관련 병원성 변이가 확인되면 유전전문의와 소아심장전문의 진료, 심전도 등 추가 검사를 거쳐 조기 치료와 예방적 관리로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사례는 이번 연구에서 실제 확인된 환자 사례가 아니라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가 향후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이 제시한 가상사례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며 “국가에서 다학제적 체계를 확립해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운영체계와 임상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검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재필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의 임상적 유용성을 국가 차원에서 검증하는 연구”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희귀유전질환 조기진단과 정밀의료 실현을 위한 국가 연구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희귀유전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효과와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신생아 시기의 정확한 진단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희귀유전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을 사후 치료 중심에서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희귀질환 대응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