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울증 환자의 유지치료 과정에서 약물을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됐다. 급성기 투여량과 비교해 기분안정제를 20% 넘게, 항정신병약물을 50% 넘게 감량했을 때 재입원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강성혁 강사와 예방의학교실 정선재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조울증 환자 약 2만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분자 정신의학, IF 10.4)’ 최근호에 게재됐다.
조울증은 조증과 우울증 등 기분 변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급성기 증상을 치료한 이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한 유지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더라도 약물 용량을 지나치게 낮출 경우 증상이 다시 나타나 재입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약물 조절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안정된 이후 약물을 어느 수준까지 감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명확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약 2만명 추적…감량 폭 커지자 재입원 위험 증가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조울증 환자 약 2만명의 약물 사용과 재입원 위험을 분석했다.
일부 환자가 중복 포함된 기분안정제 투여군 1만7686명과 항정신병약물 투여군 1만8021명을 각각 분석한 결과, 급성기 투여량을 기준으로 기분안정제 용량을 20% 넘게 줄이거나 항정신병약물을 50% 넘게 감량했을 때 재입원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 시작 후 3년 이상 지난 환자에서도 일정 수준 이하로 약물 용량이 감소하면 재입원 위험이 높아지는 양상이 확인돼, 장기간 증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이유만으로 약물을 큰 폭으로 줄이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분안정제는 조증이나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큰 폭의 기분 변화를 조절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한다. 항정신병약물 역시 사고·기분·행동의 심한 변화를 조절하며 조울증의 급성기 치료와 유지치료 등에 활용된다.
“급성기 투여량 기준으로 환자별 유지용량 평가 가능”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 제기돼 온 약물 감량에 관한 임상적 의문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예방의학·정신역학적 방법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특정 용량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환자가 급성기에 사용했던 약물 용량을 기준으로 이후 감량 정도와 재입원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개인별 유지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선재 교수는 “융합 연구를 통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확인했다”며 “환자별로 급성기 투여량을 기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용량을 평가해 개인화된 치료 전략 제시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