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연간 외래진료를 300회 넘게 이용하면 301회째 진료부터 진료비의 90%를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다만 아동과 임산부, 중증·희귀질환자 등 의학적으로 잦은 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지난해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넘긴 사람은 7,765명으로 집계됐으며, 한 해 동안 무려 1,775차례 외래진료를 이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관보 게재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및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도 이날 함께 공포된다.
이번 개정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보장하면서 지나치게 잦은 외래 이용에 따른 반복·중복 진료와 환자 안전 위험을 줄이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2024년 기준 17.9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6회의 약 2.7배에 달한다.
301회째부터 본인부담 90%…연 300회는 주당 약 6회
정부는 2027년 1월 1일부터 연간 외래진료가 300회를 초과하면 301회째 외래진료부터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한다. 연간 300회는 일주일에 약 6차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다만 질병 치료 과정에서 잦은 외래진료가 불가피한 환자를 위한 보호장치는 유지한다.
아동과 임산부를 비롯해 산정특례 대상 중 중증장애인,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으로 해당 질환의 치료를 받는 환자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같은 제외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과다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의학적 필요성 등을 심의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2026년 6월 30일 지급 기준으로 2025년 외래진료 이용자 약 4,840만명 가운데 연간 300회를 초과한 사람은 7,765명이었다. 이들의 연평균 외래진료 횟수는 344.7회였다.
특히 연간 1,775회에 달하는 외래진료를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4.9회꼴이다.
정부는 지나치게 잦은 외래 이용이 한정된 의료자원이 꼭 필요한 진료에 투입되는 것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동일·유사 검사와 치료의 반복으로 환자 안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병원서 받은 CT·MRI 진료내역 확인 가능해진다
의료기관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요양급여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도 구축한다.
현재는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더라도 한 의료기관에서 다른 의료기관의 진료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동일하거나 유사한 검사·치료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진료·처방 시점에 필요한 의료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맡긴다. 구체적인 확인 대상과 방식은 심평원에 설치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시스템은 오는 12월 24일부터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에 우선 적용한 뒤 다른 항목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계해 처방 시점에 의료이용내역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추가납부금, 1만80원부터 분할납부 가능
직장가입자가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등으로 추가 보험료를 내야 할 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는 기준도 크게 낮아진다.
현재는 본인이 부담해야 할 추가보험료가 가입자의 한 달분 보수월액보험료 본인 부담분 이상인 경우에만 최대 12회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10월 1일부터는 추가보험료가 보수월액보험료 하한액 이상이면 분할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2026년 가입자 본인부담분 기준 1만80원 이상이면 최대 12회 범위에서 나눠 낼 수 있게 된다.
사업장이 건강보험료 연말정산에 필요한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하는 기한도 매년 3월 10일에서 3월 31일로 연장된다.
공단은 2025년부터 국세청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를 직장가입자 보험료 연말정산에 활용하고 있다. 2025년 정산 대상자 1,656만명 가운데 약 630만명은 국세청 자료 연계로, 약 1,026만명은 사업장이 직접 자료를 통보해 정산했다.
사업장이 직접 통보한 1,026만명 가운데 713만명은 국세청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통보기한을 3월 말까지 연장하면 국세청 자료를 먼저 활용할 수 있어 사업장의 보수총액 신고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기술 변화 따라 급여·비급여 재조정 근거도 명확화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관리체계도 손질한다.
이미 요양급여 또는 비급여 대상으로 고시된 의료행위와 치료재료라도 안전성·유효성이나 경제성, 급여 적정성 등이 달라졌을 경우 정부가 이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직권 조정 사유를 명확히 했다.
▲고시된 행위·치료재료의 재분류가 필요한 경우 ▲경제성 또는 급여 적정성 등이 변경된 경우 ▲신의료기술 재평가 결과 안전성 우려가 있거나 임상적 유효성 등이 변경된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신고된 약제 가운데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되지 않은 약제가 비급여 대상이라는 점도 법령에 명확하게 규정한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가 새로운 약제를 비급여로 전환하거나 기존 급여범위를 축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공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령 해석상의 혼선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이번 개정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료는 충분히 보장하면서 반복·과다 의료이용에 따른 환자 안전 위험은 줄이고, 국민이 보다 적정하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정사항별로 시행시기가 다른 만큼 가입자와 의료기관이 자신의 의료이용 현황과 적용기준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 안내를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현장 편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