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성대 조직 속 주삿바늘의 위치를 ‘빛’으로 실시간 확인하면서 충전물을 정확한 지점에 주입하는 기술이 한쪽 성대가 마비된 환자의 목소리 치료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임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257명의 환자에게 시행한 378건의 시술 모두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했고, 성대 점막 손상이나 충전물이 잘못 주입된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술 4주 후에는 환자가 느끼는 음성 불편 정도가 감소하고 최대발성시간은 평균 3.6초에서 6.9초로 늘어 실제 목소리 기능 개선도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차원재 교수(사진 좌) 연구팀은 제1저자인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서영 교수(사진 우)와 함께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성대는 좌우 한 쌍으로 이뤄진 발성기관이다. 숨을 쉴 때는 양쪽 성대가 V자 형태로 벌어지고 목소리를 낼 때는 서로 가까이 붙는다. 그러나 갑상선·두경부암, 심장·경추질환이나 이와 관련된 수술 등으로 성대 움직임을 조절하는 되돌이후두신경 등이 손상되면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일측성 성대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한쪽 성대가 마비되면 발성할 때 반대편 성대와 제대로 맞닿지 못해 틈이 생긴다. 이 때문에 목소리가 쉬거나 약해지고 심한 경우 제대로 소리를 내기 어려워진다.
이 틈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치료법이 ‘성대주입술’이다. 마비된 성대에 히알루론산 등의 충전물을 넣어 성대의 부피를 늘리고 양쪽 성대가 다시 맞닿도록 하는 방식이다.
내시경에도 안 보이던 바늘 끝…‘빛’으로 위치 확인
성대주입술에서는 충전물을 정확한 위치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코를 통해 내시경으로 성대를 관찰하면서 목의 얇은 막인 윤상갑상막을 통해 주삿바늘을 넣는 방식이다.
바늘이 성대 점막을 직접 뚫지 않고 점막 아래 경로로 들어가기 때문에 점막 손상과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내시경으로 성대 표면은 볼 수 있어도 점막 아래 조직으로 들어간 바늘 끝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유도 성대주입술은 이처럼 ‘보이지 않는 바늘’을 빛으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광원과 광섬유를 이용해 주삿바늘 끝까지 빛을 전달하면 바늘 끝에서 나온 빛이 성대 점막을 통과해 내시경 화면에 나타난다. 의료진은 이 빛을 따라가며 바늘 끝이 어디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목표 지점에 충전물을 주입할 수 있다.
257명에게 378건 시행…목표지점 도달 100%
연구팀은 앞선 소규모 연구에서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안전성과 시행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보다 큰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통해 실제 안전성과 유용성을 검증했다.
2020년 10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일측성 성대마비 환자 257명에게 시행한 총 378건의 광유도 성대주입술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시술에서 바늘 끝이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달했다. 바늘이 성대 점막을 뚫거나 충전물이 성대 표면에 잘못 주입된 사례도 한 건도 없었다.
시술 과정에서는 성대가 갑자기 닫히는 후두경련이 1건 발생했지만 환자는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이후 4주간 추적관찰에서도 출혈·감염·호흡곤란 등 심각한 합병증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술시간도 길지 않았다. 최초 충전물 주입에 걸린 평균 시간은 114.0±105.1초였다. 첫 주입만으로 성대 부피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같은 시술 과정에서 충전물을 추가로 넣은 경우 평균 시술시간은 80.6±77.7초로 오히려 짧아졌다.
연구팀은 첫 주입에서는 바늘이 불투명한 성대 조직을 지나기 때문에 빛이 상대적으로 흐릿하게 보이지만, 추가 주입 때는 앞서 넣은 투명한 충전물을 통해 빛이 밝게 퍼져 바늘 끝을 목표 위치에 보다 쉽게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발성시간 3.6초에서 6.9초로 안전성뿐 아니라 환자의 실제 음성 기능에서도 개선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시술 전후 자료가 모두 확보된 180건을 별도로 분석했다. 환자가 목소리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 정도를 평가하는 음성장애지수(VHI-10)는 시술 전 평균 34.3±8.1점에서 시술 4주 후 25.4±13.0점으로 낮아졌다.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뒤 얼마나 오랫동안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대발성시간은 평균 3.6±3.8초에서 6.9±5.6초로 약 1.9배 늘었다. 이 밖에도 목소리의 불안정성과 잡음 정도를 나타내는 여러 음성 지표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김서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가장 큰 장점은 바늘 끝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충전물을 정확한 지점에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간 소규모로만 보고돼 온 광유도 성대주입술의 임상 근거를 300건이 넘는 대규모 데이터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차원재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앞으로 일측성 성대마비뿐 아니라 성대결절, 성대부종, 성대위축증 등 다양한 성대 질환에 광유도 성대주입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성대주입술이 모든 성대마비를 해결하는 만능 치료법은 아니다. 차 교수는 회복 가능성이 낮거나 반복적으로 충전물을 주입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상태에 따라 후두신경재지배술과 같은 장기적인 치료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이비인후과 분야 국제학술지 ‘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 2026년 9월호에 게재됐다. 연구 결과는 앞서 2024년 미국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회(AAO-HNSF) 연례학술대회에서도 구연 발표로 채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