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위해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물을 마시면 오히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무너지면서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심하면 뇌세포가 부어 의식저하나 경련 등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저나트륨혈증은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135mmol/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고 혈액의 삼투압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물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면서 세포가 붓게 되는데, 특히 뇌세포가 부어오를 경우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물만이 원인은 아니다…약물·질환도 살펴야
저나트륨혈증은 지나친 수분 섭취뿐 아니라 체내 나트륨이 과도하게 소실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이뇨제나 야간뇨 치료제인 항이뇨호르몬제 등 특정 약물 복용을 비롯해 구토·설사, 신장질환, 심부전, 간경변,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 원인이 다양하다.
류세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도 여러 질환이나 약물, 체액 상태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며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다고 해서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임의로 수분이나 염분 섭취를 조절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의 정도는 혈중 나트륨 수치 자체뿐 아니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떨어졌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가벼운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고 두통이나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중증으로 진행하면 혼란, 의식저하,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나트륨 무조건 보충하면 안 돼…원인 따라 치료 달라
진단은 혈액검사에서 시작한다. 이후 혈액과 소변의 삼투압, 소변 나트륨 등을 확인하고 환자의 체내 수분 상태와 복용 약물, 동반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원인을 찾는다.
치료 역시 원인과 증상 정도, 발생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체액이 부족하다면 생리식염수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반대로 체액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에는 수분 섭취를 제한하거나 이뇨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일부 이뇨제나 야간뇨 치료제, 항우울제 등이 원인으로 판단되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물을 조절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간부전, 심부전 등 기저질환이 원인이라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의식저하나 경련과 같은 중증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3% 고장성 식염수를 투여해 혈중 나트륨 농도를 교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무조건 빠르게 나트륨 수치를 높여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빠른 교정은 ‘삼투성 탈수초화 증후군’을 일으켜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는 혈중 나트륨 농도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면서 적절한 속도로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류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은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며 “특히 중증 저나트륨혈증은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교정 속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는 만큼 의료진의 판단과 관찰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갈증 없는데 억지로 물 마시는 습관 피해야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한다고 물을 의도적으로 적게 마실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활동량에 맞춰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갈증이 없는데도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계속 물을 마시거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장시간 운동이나 야외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뿐 아니라 전해질도 적절히 보충할 필요가 있다.
이뇨제와 야간뇨 치료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고 임의로 약 복용량이나 수분 섭취량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장질환이나 심부전, 간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질환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 상의해 수분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반복적인 구토·설사나 식사량 감소로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흐트러진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류 교수는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한다고 해서 물을 일부러 적게 마실 필요는 없다”며 “갈증과 활동량 등에 맞춰 필요한 만큼 수분을 섭취하고, 과도하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시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