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한낮에는 아직 햇볕의 기세가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제법 선선하다. 계절이 바뀔 때면 사람의 마음도 조금은 느려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오늘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동구바이오제약 회장이자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 의약품 물류·유통기업 피코 회장을 맡고 있는 조용준 회장이다. 서울 문정동 동구바이오제약 본사에서 만난 조 회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아니, 다이어트에 성공했나 봐요?”
과체중으로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몰라보게 슬림해져 있었다. 조 회장은 웃으며 마음먹고 체중을 줄였다고 했다. 몸만 가벼워진 것이 아니었다. 얼굴도 한층 밝아졌고 표정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집무실에서 잠시 한국제약협동조합과 약업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뒤 오찬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밥상 앞에서는 사업 이야기뿐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 가족과 종교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끼리라 가능한 허심탄회한 대화였다.
그러던 중 조 회장이 이런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그러다 문득 이러다가는 건강에 적신호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각종 모임 참석도 줄였다고 했다. 회사 경영 역시 세세한 부분까지 자신이 직접 챙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책임체계를 일원화하고, 자신은 보다 큰 틀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쪽으로 바꿨다고 했다.
요즘에는 아내와 함께 한 기독교 단체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과 대화가 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무엇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갈 것인지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미래지향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기업인이 어느 순간 자신의 건강과 가족, 그리고 회사의 미래를 함께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현실에는 넘어야 할 고비도 있다. 조 회장은 동구바이오제약이 현재 GMP 문제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회사가 더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하나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과거 세무조사를 받았던 일도 떠올렸다. 당시에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돌아보고 다시 정비하면서 이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기업의 위기가 반드시 뒷걸음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로 들렸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의 눈은 다시 앞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건강을 챙기면서 동구바이오제약을 성장시키는 데 더욱 주력하려고 합니다.”
목표는 매출 1조원이다. 몇 년 안에 제약 분야에서 5000억원, 에스텍 등 나머지 사업에서 5000억원의 매출 기반을 만들어 1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말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날 내게는 ‘1조원’이라는 숫자보다 그 목표를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 더 인상적이었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사람이 이제는 건강을 챙기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회사를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도전을 멈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줄이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를 생각하기 시작한 모습에 가까웠다.
사람도 기업도 살다 보면 고비를 만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길을 찾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오찬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향했다.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조용준 회장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이 참 당당해 보였다.건강해 보여 좋았다. 밝아 보여 더 좋았다.
오늘은 참 오랜만에 기분 좋은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