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낙태죄 폐지 이후 지속된 입법 공백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지역별 ‘임신중절 상담·시술 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본 제안을 통해 ‘전문적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판단’과 ‘다학제 상담을 통한 정보 제공’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젊은 의사들의 윤리적 진료를 위한 사회 제반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냈다.
최근 발생한 임신 36주차 낙태 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임신중절 관련 입법 공백이 초래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 낙태죄의 법적 효력이 상실되었으나, 다양한 집단 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인해 국회에서 개선 입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사회는 ‘임신 전 기간, 아무런 사유 제한 없이’ 임신중절이 허용되고 있는 현실에 놓여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은 임산부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하며, 의료인 또한 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나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실정에서 모든 결정을 자의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모두 떠안게 되는 상황에 직면케 한다. 더불어, 시술 전후 적절한 상담과 지지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는 임산부가 사회적 편견이나 압박으로 인해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지역별 ‘임신중절 상담·시술 센터’ 운영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센터는 입법 공백으로 인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임산부가 정확한 정보를 얻기 힘들고, 산부인과 의원 또한 사회적 분쟁을 우려해 임신중절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점차 임신중절 문제가 음지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의료기관 또는 본 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병원을 선정하여, 해당 기관이 일원화된 상담-시술 프로세스를 갖추도록 지원한다. 상담 센터에서는 ‘팀 접근 방식(Team approach)’을 기반으로 ‘다학제 상담 팀’을 운영하여, 임신중절과 관련된 산부인과적, 정신과적, 법적, 사회경제적 내용들에 대해 여러 직군이 협력해 종합적인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 센터는 현재 시행 중인 다양한 모자보건 정책을 개개인에 맞게 연결해 주고, 임신·출산 바우처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임산부를 사회복지망 안으로 이끌어 보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술 센터에서는 상담 결과를 참고하고 시술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근거하여 최종 시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제도는 지자체별로 임신중절 시술 병원을 지정하는 해외 사례(일본 등)와 유사하지만, 상담 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것과 임산부 본인이 의료 접근성 및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거주지 인근의 기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시술받기를 선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부분은 임신중절 상담을 통해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센터 운영 이후 수요가 해당 의료기관에 일부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상담·시술 센터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에 자문단은 ‘전문가평가제’를 활용하여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전문성과 안정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지방자치단체별 통일된 기준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정책 목표를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제안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결책을 제시했다. ‘임신중절 상담·시술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다학제 상담 팀’의 운영은 단순한 시술을 넘어선 종합적 상담을 바탕으로 임산부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구조는 의사 개개인의 윤리적 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적 혼란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 정책자문단은 “입법 공백이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의사와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충분한 숙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임신중절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을 위한 관련 기관과 정부의 적극적인 논의와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