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치러지는 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에 앞서 오늘 오후 5시부터 개최된 후보자합동설명회는 개인별 정견 발표에 이어 그동안 제기된 '원격의료와 기요틴' 등의 이슈를 놓고 후보자간 공동질문 형식으로 이뤄졌다.
합동 설명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마친 임수흠,추무진,조인성,이용민,송후빈후보자는 기호 순으로 자리에 앉아 정견 발표와 공동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소리내지 않고 할일은 다하는 숨은 조력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추무진 후보를 비롯, '투쟁은 이제 진저리 난다'며 의사독립을 선언한 조인성후보와 이와는 반대로 '투쟁만이 의료계 현안을 해결할수 있다'는 이용민후보의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물론 임수흠후보와 송후보후보의 정견발표도 준비가 잘된 것으로 평가됐다.
기호 1번을 배정 받은 임수흠후보는 정견발표를 통해 "원격의료가 조금 자지러드는가 싶더니 새해벽두부터 규제 기요틴이라는 날벼락을 맞아서 회원들의 상심이 크리라 생각한다."고 운을 띠우고 "올해는 의약분업 시행 15년이 되는 해다. 의약분업이후 우리 의료계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개원의들은 정부에 무슨 미운털이 박혔는지 내놓는 정책마다 일차의료기관의 목줄을 죄는 정책만 내놓고 있고, 그 덕분에 전체 의료기관에서 일차기관이 차지하는 포션이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이땅에 일차의료기관이 초토화될 지경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 새내기 의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며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후보는 서울시 의사회장 재임시"일차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한 공약으로 원격의료 결사저지, 의원급 의료기관 세금감면, 원외처방료 복원, 진찰료 현실화, 65세 노인정액제 개선, 차등수가제 폐지, 생애주기별 전문과별 검진 신설등을 내세웠다."고 소개하고 "이 중 노인정액제는 현재 1만5천원인 정액제 상한선은 당연히 조정되어야 하며 적어도 3만원선까지는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회장으로서 노인 정액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조만간 가시적 성과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아청법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와 성인대상 성범죄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진료실 내와 외에서의 행위 구분이 없고, 범죄의 경증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10년동안 취업을 제한함으로써 악의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많습니다. 현재 정치권과 의견을 주고 받고 있으며 아청법도 반드시 개정되도록 하겠다."며 개원들의 아픈곳을 조목조목 내열하며 임기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눈길을 모았다.
기호 2번 추무진현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원격의료와 기요틴 등 현안과 관련,단호하고 강단있는 어조로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추후보는 또 "지난 6월 당선 이후 회원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지역과 직능을 뛰어다녔다"고 소개하고 "원격의료.기요틴 저지를 비롯 전공의 관련 공약을 비롯 회원을 위한 의사회 만들기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장내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조인성후보(기호 3번.현경기도의사회장)은 "제 39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는 '의사들의 독립선언'"이란 제하의 정견발표문을 발표,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후보는 "지금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요? 저는 우리가 지치고 힘든 것의 원인이, 파업 투쟁이란 선동적 수단에 집착해서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동안 투쟁 일변도였던 의사협회의 방법과 방향설정에 대해 질타했다.
조후보는 "지금까지 의사협회는 투쟁만을 외치며 병원문을 닫고 거리로 나섰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회적 외면과 냉혹한 삭감뿐이었다."며 이제 진정한 의사들의 독립을 선언할때가 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후보는 특히 "지난 수년간 파업을 앞세운 강경투쟁은 말만 강경했지,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하는데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란 게 드러났다."고 말하고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모았다.
의료계 현안과 관련 조후보는 "원격의료법, 리베이트법, 의료분쟁 강제조정법, 피부미용사법,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의료기사법, 안경사법 등은 정말 엄청난 위협이라"고 전제하고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정당한 자존심이라는 대의명분만 확고히 잡고 있으면 우리는 반드시 관치의료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했다.
조후보는 공약 실현을 위해 "파업이 아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많은 공약을 반드시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법은 만들고, 잘못된 법은 고치고, 나쁜 법은 반드시 막겠다. 일차의료 정상화 법을 추진하여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겠다. 원격의료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의 경험을 살려, 원격의료를 확실히 막겠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더나아가 "피부미용사법과 의료기사법, 그리고 안경사법의 국회통과를 꼭 저지하겠으며, 전공의 처우개선법 (가칭 전공의 인권법) 제정입법을 추진하겠다"뜻도 함께 밝혔다.
조인성후보와는 달리 '그밥에 그나물'이 되기를 거부하고 '민초 회원들을 위해선 '그밥에 콩밭'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감옥에 갈 각오가 되어있다"는 기호 3번 이용민후보는 "의료계가 투쟁을 하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후보의 이같은 투쟁방식을 놓고 "의식화"라는 지적과 거부감을 드러낸 것을 의식해서 인지 이후는 " 당선되면 집단 문제의식 공유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혀 투쟁으로 선명성과 차별성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당초 선거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