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담당 의사가 입원 지시를 했는데도 원무과 직원이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장애 3급의 독거 세대주인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대학병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환자단체연합회가 피해자 이00 씨의 진술 및 해당 대학병원 원무과 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00 씨는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관련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국회는 일부 병원의 보호자 없는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거부를 근절하라'는 성명을 발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단체가 성명에서 밝힌 사건 개요
이 씨는 다발성피부근염, 당뇨, 건선 등으로 치료받던 병원의 의사로부터 큰 병원에서 ‘류마티스’ 관련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5월 23일 가까운 대학병원을 방문해 류마티스내과에서 첫 번째 진료와 검사를 받았고, 5월 30일 두 번째 외래진료를 받았다. 이때 담당 교수가 입원 치료를 권하여 입원하기로 하였다. 이씨는 간호사가 작성해 준 ‘진료 후 절차 안내문’의 지시에 따라 원무과에 가서 입원 수속을 하였으나 독거 세대주인 이 씨에게 의료급여 담당 직원은 “보호자가 없으면 입원이 안 되니 아무나 한 명 보호자를 지정해 입원약정서 작성 후 입원하라.”고 하였다. 이 씨는 본인이 독거 세대주로 보호자가 없다는 사정을 이야기하였고, 그동안 다른 병원에서 진료비를 연체한 적도 없으며, 다른 병원에서 보호자 없이 입원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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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대학병원 원무과 의료급여 담당 직원은 입원 시 보호자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보호자가 있어야 ⑴ 입원 보증인을 세울 수 있고, ⑵ 검사•수술 등을 할 때 동의를 받을 수 있고, ⑶ 간병인이 필요할 때 간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1,328,713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가 있다. 이들은 극빈층에 해당하여 국가로부터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의 혜택을 받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독거 세대주다.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들은 돈이 없어서 입원보증인을 세울 수 없고, 간병인도 둘 수 없다. 만일 독거 세대주라면 검사·수술 시 필요한 보호자도 없다. 결국 보호자 없는 가난한 독거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환자단체는 성명에서 "국가는 가난한 환자들이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의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를 면제해 주는 ‘의료급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한 질병 등에 의해 생계가 곤란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는 가정에 총 2회까지 각각 300만 원씩 지원하는 ‘긴급의료비지원제도’도 운영 중이다. 병원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회사업실’에서는 복지단체를 통해 치료비 지원도 하고 있다. 국가와 복지단체에서 운영 중인 이러한 각종 의료복지 제도가 있으므로 가난한 환자들도 치료비 때문에 입원 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사동의서나 수술동의서 작성은 환자에게 검사나 수술이 필요한 이유, 예상되는 후유증 등 검사나 수술에 관련한 제반사항을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한 후 그 검사나 수술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절차이다. 이는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후 분쟁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임의적으로 작성하는 것이고, 검사나 수술 시 검사동의서나 수술동의서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관련 법령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검사나 수술 시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입원을 거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는"보호자가 없는 가난한 환자들도 병원에 입원해 차별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거 기초생활보장수급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입원 거부가 일부 병원이지만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행정적 번거로움으로 인해 병원이 이러한 제도 이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며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전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상으로 ‘보호자’ 또는 ‘입원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하는 것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후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당 대학병원에 대해서도 엄중한 행정처분을 하여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삼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영복 씨의 진정이 접수되면 병원 이용에 있어 ‘극빈자, 독거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같은 차별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는 또 "개원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우선 입원 거부의 주체를 단순히 ‘의료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15조를 개정해 원무과 직원 등과 같은 ‘의료기관 종사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국민건강보험법시행령 제22조 2항 및 의료급여법 제11조의 4를 개정해 환자에게 비용 부담 청구가 금지되는 유형으로 입원보증금 이외에 입원보증인도 추가하여야 한다. 2014년 10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원약정서 표준약관을 개정해 입원약정서 작성 시 입원보증인 요구를 금지하였으나 강제력이 없어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연대보증인을 관행처럼 요구하고 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