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치약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CMIT/MIT)’가 함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보존하기 위한 물질 ‘소듐라우릴설페이트’(Sodium Lauryl Sulfate, SLS)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SLS는 치약뿐만 아니라 샴푸나 비누 등과 같은 위생용품이나 바닥 청소제, 차량 청소용 세제 등에 오랫동안 사용돼 온 화학적 계면활성제다. SLS가 피부를 자극하고 정상 구강 점막을 파괴해 구내염을 일으키는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여러 연구에서 제기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내과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에서도 SLS가 구내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례 연구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구내염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경험하는 질환이다. ‘입이 헐었다’는 표현을 하는데 음식 섭취할 때 통증이 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괜찮아졌다가도 재발할 수 있다. 뚜렷한 발병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흔한 이유로 짐작되고 있다. 최근 미생물학의 발달과 함께 구강 내 미생물의 변화가 잠재적 원인으로 짐작되긴 하지만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연구 내용을 보면 어렸을 적 구내염이 생겼다가 몇 년 동안 구내염이 발병하지 않았던 31세 남성이 SLS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한 뒤 ‘아프타성 구내염’이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혓바닥에 생겼던 궤양은 다음날 목젖까지 확장됐다가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10일 후에야 가라앉았는데 원인을 찾던 의사는 갑자기 생긴 궤양의 원인을 SLS가 함유된 치약을 바꿔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1994년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총 6개 월의 관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아프타성 구내염이 잘 발생하는 10명의 사람들에게 첫 3개월은 SLS가 함유된 치약을, 이후 3개월은 SLS 가 없는 치약을 사용하게 했더니, SLS 가 없는 치약을 쓰는 기간 동안 구내염이 발생하는 횟수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년 뒤 실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인 남녀 30명을 대상으로 SLS가 함유된 치약과 SLS 없는 치약을 6주씩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게 한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을 사용했는데 SLS 없는 치약을 쓰는 기간 구내염의 발생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던 것.
한편, 구내염이 생겼다면 보통 1-3주 가 지나야 다시 정상 점막으로 회복되는데 SLS가 함유된 치약은 회복 기간을 늦추고 통증도 더 심하게 느끼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서 9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총 18주 동안 비교 연구를 했는데 SLS가 없는 치약을 사용한 기간에 구내염이 감소한 폭은 크지 않았지만, 구내염이 생긴 후 지속 기간이나 통증의 정도에서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작년 바빌론 대학에서 33명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SLS가 없는 치약을 쓴 경우에 구내염의 발병 횟수나 통증의 정도가 현저히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대표원장은 “치약에 함유된 SLS는 거품을 내서 입안에 낀 플라그를 더 잘 닦아내게 하는데 최근 치약 내 세균 번식을 막는 보존제 목적으로 가습기 살균제로 문제가 컸던 CMIT, MIT까지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최근 구강 내 세균이 다양한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SLS가 구강 내에서 궤양을 만든다면, 그 궤양을 통해 우리 인체에 다양한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치약 성분의 독성과 위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검토가 이뤄져 과학적 접근과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규정과 기준이 잘 만들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