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이 모두 건강하고 아픈 사람이 없다면 의사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월급은 매우 적어진다. 국민들은 의사들의 생존에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고객들이다. 고객들 앞에서 너무 거만하고 뻣뻣하게 굴지 마라. 자기주장만 내세우지 마라.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비의료인과는 많이 달라야 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무엇 보다 우선해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그대들은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냐. 학교와 병원에 복귀한 일부 학생과 전공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을 감수하고 양심의 울림을 따랐다. 국민과 정부는 복귀 전공의들에게 큰 빚을 졌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는 아직 복귀 학생과 전공의 보호법을 만들지 않았다. 필자가 벌써 주장했지만 어느 국회의원도 나서지 않는다. 무엇이 무서워서 꼼짝도 하지 않나.
과거 대통령의 말이 생각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여당은 진정 이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의대생과 사직 전공의들 중 약 50-70%는 학교와 병원 복귀를 원하고 있다. 이제 기다릴 때까지 기다렸다. 복귀를 원하지 않는 전공의와 학생은 돌아오지 말라고 하고 그 대신 복귀하는 전공의와 학생은 확실하게 보호해라. 그것도 못한다면 한국에는 국회와 정부가 없는 것이다. 수많은 중증 환자들이 쓰러지고 죽어가고 있는데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은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의료대란으로 살 수 있는데 돌아가신 국민들을 위하여 국회와 정부종합청사에 조기를 달아도 모자랄 판이다. 미국에는 1년에 의대졸업생 3만명, 외국의대 졸업생 1만명, 진료간호사 (nurse practitioner) 3만명 총 7만명이 환자 진료에 새로 투입된다.
한국의 의대 졸업생 3,000명의 23배이다. 미국 인구는 한국의 6.4배인데 의사와 진료간호사는 매년 23배 배출된다. 미국은 필수의료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진료간호사를 배출하기 시작했고, 현재 미국에는 이미 50만명의 진료간호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마취를 하고 있다. 외국 의대생이 미국에 가면 대부분 진료간호사들과 경쟁한다. 미국 종합병원에 있는 유명한 한국인 소아신경과 의사는 곧 비디오뇌파검사실로 개업할 예정인데 고액 연봉의 의사 대신에 진료간호사 몇 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대생과 전공의는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독불장군식 사고방식은 좋은 의사가 되는데 가장 나쁜 성향이다.
의사는 항상 사려 깊고, 관대하며 남을 사랑하고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회와 국민은 의대를 갓 졸업한 어린 의사들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지금 사직 전공의들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나. 정부가 잘못했는데 왜 죄 없는 중증 환자들을 볼모로 잡고 그들에게 모든 피해를 입히는가. 의료대란으로 필자의 형도 거의 죽을 뻔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 다시 외친다. 필요하면 몇 일만에도 법을 만들지 않았나. 복귀했거나 복귀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보호법을 1주일 내에 만들어라. 그럼 상황이 급변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필수의료 인력의 부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가서 봐라. 우물 안에서 아무리 치고 박아도 그냥 우물 안 개구리이다. 우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선진국을 배워야 한다. 말이 아닌 체험이 중요하다. 의료대란 특사단을 꾸려서 일본, 미국, 유럽을 방문해라. 특사단에는 전공의와 의대생도 포함시켜라. 이들이 직접 외국 의사를 보고 체험할 기회를 주어라. 지금도 많은 중증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홍승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