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제약이 최근 경기도 용인에 ADC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ADC CDMO 전주기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소식은 얼핏 보면 한 기업의 시설 투자 뉴스로 소비되기 쉽다. 그러나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움직임은 단순한 기업 확장을 넘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과 맞닿아 있는 상징적 사건임을 알 수 있다.경보제약의 ADC 연구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임상을 위한 원료의약품(DS)부터 완제품(DP)까지 공급 가능한 ADC CDMO 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약 885평 규모의 이 센터는 공정개발, 스케일업, 전임상 시료 제조까지 전주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2026년 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충남 아산에 855억 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ADC 생산공장이 완공되면, 2027년 말부터는 임상 1·2·3상은 물론 상업화 단계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공급망이 구축된다.
이는 국내 ADC 개발사와 바이오벤처들이 그동안 중국, 미국, 유럽의 CDMO에 의존하며 감내해야 했던 시간·비용·규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인프라다. 특히 기술 이전의 안정성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국내 기반 생산 시스템의 확보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다.
이 지점에서 경보제약의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종근당 계열의 원료의약품 중심 기업으로 인식되던 경보제약이 고부가가치 바이오의약품 영역, 그것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ADC 분야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읽힌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정책 및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기조와 정확히 맞물린다. 복지부는 중단기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신약과 혁신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에는 혁신형 제약기업 지정, 약가 우대, 연구개발 지원 등 당근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제네릭 중심의 단순 생산 구조에 머무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약가 인하를 통해 산업 재편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는 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력’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적 시도다. 결국 약가정책은 비용 통제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정책의 레버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정책 환경에서 경보제약의 ADC 연구센터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그리고 제약기업이 어떤 선택을 해야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이다. 단순히 약가 인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데서 벗어나, 고위험·고부가가치 영역에 과감히 투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는 기업만이 정책의 수혜자이자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ADC CDMO 시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품질, 안전성, 규제 대응, 글로벌 신뢰 확보라는 높은 허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에 전임상부터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ADC 공급망이 구축된다는 사실 자체가 산업 생태계에는 분명한 긍정 신호다.
경보제약의 ADC 연구센터는 한 기업의 도전이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추는 이정표다. 보건복지부의 약가정책과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전략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이 소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