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의 한 의원에서 발생한 흉기 협박 사건은 우리 사회가 의료인 안전 문제를 얼마나 안이하게 다뤄왔는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진료에 불만을 품었다는 이유로 의사를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끝내 위해를 가하려 한 행위는 단순한 개인의 분노가 아니라, 의료 체계 전반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예방 시스템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반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의료인을 향한 폭력을 명백한 ‘공공 안전 범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다수의 주(州)에서 의료인 폭행을 일반 폭행보다 한 단계 이상 높은 중범죄(felony)로 처벌한다. 특히 흉기를 이용하거나 진료 중인 의료진을 위협한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적용돼 실형 선고가 일반적이다. 연방 차원에서도 병원과 의료기관을 ‘특별 보호 시설’로 간주해, 의료 종사자를 공무 수행자에 준하는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는 입법이 확대되고 있다. 병원 내 폭력은 단순한 개인 범죄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를 공격한 행위로 취급되는 것이다.
영국 역시 의료인을 향한 폭력에 대해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 2018년 제정된 「Emergency Workers (Offences) Act」에 따라 의사·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은 최고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처벌이 강화됐다. 영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병원 내 폭력 발생 시 즉각 경찰이 개입하는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원칙을 제도화했다. 폭언과 협박 단계에서부터 엄격히 대응함으로써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 또한 의료인을 공공의 안전을 담당하는 필수 인력으로 규정하고, 진료 현장에서의 폭력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을 적용한다. 특히 독일은 의료진에 대한 위협이나 폭력이 확인될 경우, 민사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을 병과하는 구조를 통해 가해자가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의료 현장 폭력 증가에 대응해 형법과 의료법 해석을 강화하고, 의료기관 내 흉기 소지나 위협 행위를 중대 범죄로 엄격히 다루고 있다. 병원 내 경찰 상주, 비상 호출 시스템, 출입 통제 강화 등 예방 중심의 제도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의료인을 향한 폭력은 개인 간 다툼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 영역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벌은 강력하고, 예방은 체계적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번 사건에 대해 흉기 이용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처벌을 요구한 것은 국제적 기준에 비춰볼 때 결코 과도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이제야 마땅히 요구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의료 현장에서 폭력과 위협이 상시화되면 의료인은 방어적 진료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가는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의료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공간에서 안전하고 충실한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결단해야 한다. 흉기 이용 의료인 폭력에 대한 가중처벌을 명문화하고, 의료기관을 특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법 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폭력 발생 이후의 사후 처벌뿐 아니라, 경찰 연계 시스템, 보안 인력 배치, 출입 통제 강화 등 예방 중심의 제도 역시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의료인을 지키는 일은 특정 직역의 권익을 보호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사회의 안전 기준을 지키는 문제다. 세계는 이미 의료인을 향한 폭력에 무관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