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대표적 판화가로, 1980년대 민중미술에서 시작해 자연과 생명의 본성, 인간에 대한 성찰 등으로 작품의 폭을 넓히며 국내외에서 수많은 전시회를 열어온 이철수 작가가 2024년 11월 인사동에서 판화전을 개최한다.
2015년 판화전 <네가 그 봄꽃소식 해라>, 2021년의 <무문관 연작 -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 이후 삶터가 있는 충북 제천에서 농사일에 전념해 온 작가가 고요를 깨고 전시회 소식을 알린 것은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소식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전한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2024 이철수 판화전 - “큰 그릇이야, 늘 나누기 위한 준비!”>는 2024년 11월6일부터 11월18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제6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개막식(6일 오후 5시)을 비롯해 판화와 노래와 시가 있는 ‘토크콘서트(6일 오후 7시)’와 ‘작가와의 대화(15일 오후 7시)’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판화작품에는 작가가 살고 있는 충북 제천의 평화로운 풍경과 일상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정감 있고 깊은 사유에서 나온 문장들이 특유의 필체로 새겨져 있다. 동료 예술인 나희덕 시인은 “간결하고 단아한 이미지와 화두처럼 꽂히는 문장이 조화를 이룬 이철수 선생의 작품을 두고 ‘그림으로 시를 쓴다’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의 마음이 ‘전태일’이라는 이름과 만나 노동과 휴식, 연대와 공생, 사랑과 나눔 등 다양한 주제로 표현되어 전태일의료센터 건립기금 마련이라는 의미와 함께 새겨지니 더욱 기대된다”며 전시개최를 반겼다.
아픈 몸 너머 사회를 치료하는 병원, 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숨겨진 구조적 안전의 문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덜 아프고 덜 다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행동하는 병원 건립이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이 시민·사회에 공유되면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가 2023년 9월 공식 출범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녹색병원의 외부 주차장 부지(옛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기숙사 터)에 지하 3층, 지상 6층 건물로 세워질 예정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추진위원 모집, 모금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대표추진위원으로 참여 중인 이철수 작가는 “이번 판화전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것도 그 활동의 일환”이라면서 “1970년 11월 전태일의 분신이 한국 노동운동사에 지울 수 없는 큰 획을 그었고 50여 년이 지난 지금, 전태일은 이제 우리 현대사의 보통명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전태일의 불꽃 같은 삶은 우리 사회가 공동선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발걸음을 비추는 선한 불빛으로 간주되길 바란다. 우리 마음에서 이미 보통명사가 된 전태일이 나에게 ‘너도 나오라’ 호명하는 듯해 이에 화답하는 의미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소회를 전한다.
2024 이철수 판화전 <큰 그릇이야, 늘 나누기 위한 준비!>에는 1994년에서 2024년에 이르는 작품이 다양하게 선별되어 전시된다. 기금 마련을 위한 목적 전시인 만큼 이철수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채롭게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보다 <무문관 연작>과 <소리하나1>, <소리하나2> 등 본격적인 연작판화가 담긴 대형 병풍을 만날 수 있고, 선별된 과거 작품 외에도 최근작인 <용비어천가> <전태일의 불꽃을 들어올려..> <전태일의 불꽃을 들어올려..2> <불꽃구름> 등이 포함되어 오랜 기간 이철수 작가를 지켜봐 온 사람들에게는 더 반가운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