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겹칠 정도로 포동한 아기를 보고 살이 쪘다느니, 비만이라 걱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없다. 오동통 살이오른 아기를 보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기 마련이다. 앙증맞은 사이즈에 포동포동한 볼 살, 발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통통한 다리, 지방이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듯한 올록볼록 허벅지와 팔뚝, 볼록한 올챙이배는 '귀여움의 극치'다.
아기들은 먹고 자고 누워 성장에만 집중한다. 점점 통통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기들은 성인과 달리 통통하기만 해도 괜찮은 걸까? 대부분의 아기들이 통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경남 대표병원장의 도움말로 아기의 지방과 성인의 지방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본다.
아기의 귀여운 볼살…쓰임새가 있다고?
흔히 성인에게서의 통통한 몸매는 성인에게 비만과 질병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아이들의 오동통한 모습은 오히려 몸에 꼭 필요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기에게 체지방이 많고 통통한 것은, 우선 체온조절을 돕기 위해서다. 체지방 자체는 체온을 유지하는 일종의 '절연체'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아기의 체온이 낮아질 경우, 체지방이 많이 분포 된 목 뒤나 등을 쓰다듬어주면 체지방 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체온을 높여줄 수 있다.
동그랗고 통통한 볼살은 아기가 우유를 먹거나, 무언가를 빨고 있을 때 턱을 안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아기의 귀여운 볼살을 만드는 요소가 바로 '버컬 패드(buccal pad)'다. 이는 피부 및 지방조직이 뺨에 두껍게 자리잡은 것을 일컫는데, 신생아의 연약한 뼈나 근육은 아직 단단히 자리를 잡지 못해 지방이 이를 보조해야 하다보니 이같은 형상으로 발달하게 됐다.
아기들의 놓칠 수 없는 귀여움 포인트는 '무 발목'과 '올챙이 배'다. 발목과 복부에 자리잡은 지방은 외부 충격 등으로부터 아기의 장기와 뼈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 겹겹이 쌓이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아기에게서의 지방세포는 큰 에너지 저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아기의 지방은 '착한 지방'인 셈이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지방세포가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지는 아기의 체온을 유지하고, 말랑말랑한 지방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한다.
간혹 요즘 부모 중에는 아이가 살이 찌는 것이 두렵다며 열량섭취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소아비만이 되면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다이어트가 힘들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다.
어 대표병원장은 "갓 태어난 아기는 짧은 시간 안에 큰 성장을 이뤄나가는 만큼, 단순히 살이 찌는 게 두려워 성인처럼 열량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아기에게는 양질의 영양분 공급이 중요한데, 지방 역시 주요 영양소이자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기가 열량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영양이 결핍되면 지방 유전자인 FTO가 망가져 오히려 소아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서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아기 땐 '귀여운 지방'…성인이 되면 모두 나쁘다?
이와 관련, 아기들의 '착한 지방'은 왜 성인이 되면 '나쁜 지방'으로 변하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어 대표병원장은 "성인이 된다고 지방의 긍정적인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지방세포가 과도해지며 비만해지고, 착한 지방이 아닌 문제가 되는 백색지방이 더 활성화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인에게도 적정량의 지방은 분명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체온조절,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 성호르몬 분비, 지용성 항산화제 합성,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는 능력, 장기보호 등의 역량을 발휘한다.
다만 이같은 지방세포가 과도하게 축적되는 게 문제다. 또 어떤 지방이 활성화되느냐도 관건이다.
지방은 흔히 말하는 지방은 '백색 지방 세포'로 섭취된 열량 중 쓰고 남은 열량을 저장하는 에너지의 저장고 역할을 한다. 백색 지방은 흔히 알고 있는 '비만의 주적'이다. 이와 함께 혈관질환을 비롯, 복부비만과 다양한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반대로 '착한 지방'으로 부르는 갈색 지방은 탄수화물 대사에 영향을 끼치고, 칼로리를 소모시키는 역할을 한다. 백색지방과 반대로 고지혈증·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아기들의 몽고반점이 이 갈색지방의 흔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갈색 지방은 열 손실이 많은 신생아, 유아 시기에 추위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갈색지방의 활성도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