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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영 칼럼/간호간병통합서비스 무엇이 문제인가

  • No : 9800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02-04 10:39:31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착한 제도’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가족 간병 부담 완화, 감염 예방, 간호 인력의 전문적 활용이라는 명분은 그 자체로 반박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책은 선의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해외 주요국이 이미 수십 년 전 겪고 통제에 나선 문제를 우리는 이제서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최근 연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비용 구조가 더 이상 관리 가능한 수준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제도 도입 이후 8년 만에 총 입원료가 32배 이상 증가했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수입을 초과하는 구조로 치닫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팽창이 아니라, 급성기 의료체계가 돌봄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실패다.

이 문제를 해외는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분명한 정책적 대응을 해왔다.
미국은 급성기 병상이 ‘돌봄 병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메디케어는 입원 재원일수가 길어질수록 병원에 대한 실질 보상이 줄어드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간호 인력 증원은 별도의 간호 관련 보상 체계를 통해 유도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는 회복기·재활·장기요양으로 이동하지 않으면 병원이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장기입원은 관리 대상이지, 보상 대상이 아니다.

독일 역시 방향은 명확하다. 입원기본료는 엄격히 제한하고, 간호 인건비는 별도 재원으로 분리해 보상한다. 이를 통해 병상이 오래 유지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간호 투자는 장려하되, 병상 체류 기간은 철저히 통제하는 이중 구조다. 간호간병을 이유로 급성기 병상을 늘리는 정책은 독일 의료정책 논의에서 이미 금기어에 가깝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에 가장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고령화 속도가 한국보다 빠르게 진행된 국가로, ‘사회적 입원’ 문제를 가장 먼저 겪었다. 그 결과 일본은 병상을 급성기·회복기·만성기·요양으로 세분화하고, 재원일수에 따라 수가와 본인부담이 급격히 달라지도록 설계했다. 급성기 병상에 오래 머물수록 병원과 환자 모두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대신 지역포괄케어와 회복기 병상을 대폭 확충해 이동 경로를 명확히 했다.

반면 한국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간호 인력 투자는 급성기 병상 확대와 함께 이뤄졌고, 재원일수에 대한 실질적 통제 장치는 거의 없다. 그 결과 의료적 필요도가 낮아진 환자까지 급성기 병상에 장기 체류하는 ‘사회적 입원’이 제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통제 수단으로 작동하는 장치들이 한국에서는 사실상 비어 있다.

의료정책연구원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은 그래서 해외 사례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급성기·회복기·요양·지역사회 돌봄 간 기능을 분명히 나누고, 병상 총량과 재원일수를 관리하며, 간호 투자 성과와 연동된 수가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은 이미 검증된 길이다. 더 나아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간 재원 분담 구조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급성기 의료체계는 돌봄 비용의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문제는 제도 자체에 있지 않다. 문제는 ‘확대는 하고 통제는 하지 않은 정책 선택’ 에 있다. 해외는 비용을 보며 제도를 조정했고, 우리는 명분을 보며 제도를 키웠다. 이제 비용이 현실이 된 이상, 선택의 시간은 끝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지속하고 싶다면, 해외처럼 냉정해져야 한다. 급성기 병상은 치료를 위해 존재한다는 원칙, 돌봄은 다른 체계와 연계돼야 한다는 상식, 그리고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해외가 이미 지나온 길이고, 우리가 이제 막 들어서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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