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팀(순천향대천안병원 재활의학과 임승규 교수)의 연구 결과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된 근감소증 환자 10명 중 6명(60.8%)만이 고관절 골절 수술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타인의 도움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근감소증만 앓는 환자(81.8%)보다 26% 가량 낮은 수치로, 인지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보다 최적화된 재활 치료법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고관절 골절은 하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골반과 넓적다리 사이의 뼈 ‘고관절’이 부러진 상태로, 골밀도가 낮은 노년층에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 낙상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정상 보행이 어려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욕창, 폐렴, 심장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져 노년층에서는 ‘암보다도 무서운 질환’으로 불린다.
고관절 골절 시에는 부러진 뼈를 인공 관절로 교체하는 수술과 보행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활을 실시하는데, 연령, 근력, 인지기능, 영양 상태 등의 요인이 환자마다 달라 정상 보행으로 회복할 확률은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이 중 특히 근력은 보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술 후 재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문제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복합 질환을 가진 노인 환자 수가 급속히 늘고 있음에도 현행 재활 치료는 대부분 근력(근감소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른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인지기능 저하는 노년층에서 근감소증과 함께 나타나기 쉽고 한 번 동반되면 서로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 보행 회복을 저해하지만, 두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상황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 객관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다.
이에 연구팀은 고관절 골절 수술 후 재활 치료를 받은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을 동시에 앓으면 1년 후 보행 예후가 얼마나 악화되는지 분석하고자 했다. 총 114명의 환자를 인지기능 저하 및 근감소증 유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12개월 동안 보행 회복률을 추적 조사했다.
주목할 점은 연구 대상자 모두 일반 재활 치료가 아닌 연구팀이 개발한 ‘한국형 통합적 골절 재활 프로그램(FIRM)’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FIRM은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보행 회복률을 높인 치료법으로, 근감소증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 따라서 FIRM 치료를 받았음에도 인지기능 저하·근감소증 환자의 회복 경과가 유독 나쁘다면,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된 상태를 고위험 인자로 인식해야 한다.
연구 결과 근감소증만 있는 환자군의 보행 회복률은 81.8%로 두 질환이 모두 없는 환자군(90.2%)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으나, 인지기능 저하가 동반될 시 보행 회복률이 60.8%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질환과 회복률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인지기능 저하는 보행 회복률을 45.8% 감소시키며, 인지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에는 57%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지기능 저하, 근감소증 동반 환자를 위한 더욱 강화된 재활 치료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이번 연구는 고령화 추세로 인지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을 모두 가진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관절 골절 수술 후 보행 회복 과정에서 두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재활 전략을 수립하는 임상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는 “노인 고관절 골절은 수술 후 보행 회복이 지연될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고 상시 간병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이라며, “본 연구는 인지기능 저하와 근감소증을 함께 앓아 보행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 대한 치료 계획을 체계화함으로써 재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노인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Gerontology Medical Sciences’(IF: 3.8)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