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성장클리닉) 박미정 교수
키가 크고 싶은 것은 오랜 인류의 열망이었다. 성서(누가복음 12:25)에 예수님은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자나 더할 수 있느냐?" 라 한 구절이 있는데 당시 유대인들도 키가 크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세계에서도 자식의 키를 키우려는 지극 정성과 갈망은 우리나라 부모님이 으뜸인 것 같다. 부모님들은 거창한 비법으로 짧은 시간내에 키를 키우기를 갈망하지만 사실 그러한 비법은 없다. 그러나 사소한 노력도 내 아이의 키를 조금 더 키울 수 있으니, 특히 이번 여름에 내 아이 키를 위해 꼭 해야 할 일 7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제대로 된 모기장을 치자
모기처럼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아이의 키가 제대로 클 수 있다. 여름철 밤을 뜬눈으로 지새게 만드는 주범은 모기이다. 자면서 하루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의 70%가 깊은 잠을 잘 때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어 뼈 성장, 조직 생성 및 회복 등 작용을 해야 하는데, 모기에 물린 자리를 긁다가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깊은 잠을 못 자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온종일 몹시 피곤하게 된다. 모기는 땀에서 분비되는 젖산이나 지방산을 선호하므로 잠들기 전 아이를 청결하게 씻기고, 모기를 자극하는 냄새인 진한 목욕비누나 로션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크기의 모기장을 선택하고 밑으로 모기가 새어 들어오지 않게 잘 점검해야 한다. 전자모기향이나 에프킬라 등은 유해한 화학물질을 배출하므로 취약한 어린이들에게는 절대 금기이다.
2. 1시간만 더 재우자
아침에는 꼭 일어날수 있는 시간에 자명종을 맞춰놓고, 선잠을 자지 않도록 한다. 방학때만이라도, 30분 늦게 깨고, TV시청이나 컴퓨터 사용을 줄여 30분만 일찍 재우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하루종일 해야할 일이 많겠지만 낮에 집중하면 1시간의 시간은 충분히 할애가 된다.
그리고 수면의 양도 중요하지만 규칙적인 리듬도 중요하므로 비교적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취침하도록 한다.
3. 신선한 물, 신선한 공기, 햇볕을 공급하자
식물들은 물과 공기, 햇볕만 있으면 영양소를 만들고 씨앗에서 출발하여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건강한 성장의 가장 기본은 물과 공기, 햇볕이다. 오래된 수도관에서 흘러나오는 물, 불량 음료수, 대기 오염 가득한 거리와 환기가 안 되는 학원이나 독서실, 햇볕 이라고는 도무지 볼 수 없는 빌딩 속 환경. 이 모든 것 때문에 더 잘 클 수도 있는 아이의 키가 쪼그라들고 있다.
아무리 밥을 많이 먹는다 해도 더욱더 기본적인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잘 자랄 수가 없다. 적절한 양의 수분섭취, 오염이 적은 신선한 물을 마시게 해야 한다. 적당량의 신선한 산소가 흡입되어 온 몸에 순환되어야 하므로 환기를 자주 시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도록 하며, 너무 습하지 않게 하고, 에어컨 등의 먼지도 잘 청소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등에서 해방 되어야 알레르기 없이 쑥쑥 성장하게 된다. 또한 하루 20분 정도는 낮에 햇볕을 쬐어야 비타민 D가 잘 형성되어 칼슘흡수를 돕고, 밤에 멜라토닌 분비도 잘 되게 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다.
4. 3끼를 꼭 먹이자
밥이 보약이다. 아침, 점심, 저녁 3끼는 무조건 다 먹어야 한다. 늦잠 자느라 아침을 안 먹고, 더워서 식욕이 떨어지니 낮에도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방학 때만이라도 조미료가 들지 않은 엄마표 식단으로 골고루 먹여야 한다. 냉동고, 냉장고를 맹신하지 말고 가능한 소량으로 사서 신선한 음식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패된 음식은 영양소가 아니라 독소로 작용하니 냉동고에 넣기 전에 개봉날짜를 적어 놓아야 한다. 또한 요즈음 비만이나 성조숙증에 대한 과다 불안으로 모든 음식을 안 먹이려 하는데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는 무조건 먹어야 큰다.
5. 필요하면 비타민 무기질제를 먹여보자
현대사회는 토양이 오염되면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자체에 함유된 영양소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되었고, 가공식품이 증가하고, 생활이 불규칙하고, 편식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 보조적으로 종합 비타민/미네랄 한 알 정도는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잘 안자라는 아이들 중에는 철분, 칼슘, 비타민D, 아연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아이의 골격 형성과 성장발육에 중요한데 전문의와 상담한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급성장하는 특징이 있고 성장단계에 따라 특히 더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며 성인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다.
청소년인 언니오빠와 영양제를 나눠 먹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부모님용 영양제를 아이에게 양만 줄여서 먹이면 큰일난다. 대표적으로 어머니용 영양제속의 여성호르몬역할을 할 수 있는 대두이소폴라본이 많은 영양제를 영유아에게 오래 먹이면 나중에 사춘기 조숙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영양제를 동시에 먹이는 것도 영양성분이 중복돼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는 과잉 섭취 가능성이 높고, 서로 흡수를 저해할 수 있으니 삼가해야한다. 과유불급이라고 아무리 좋은 것도 과량이면 나쁘다. 영양제 성분이 몸이 들어가 분해되고 대사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외부 물질에 대한 간과 신장에서의 대사기능이 미숙하다. 가능하면 확실히 부족하다고 진단된 영양소에 관한 영양제를 보충하고 일반적으로는 3개월후 길어도 6개월 이상 넘지 않도록 한다.
6. 운동하는 가족 분위기를 만들자
체력을 길러주는 유산소운동(속보, 조깅, 축구, 농구, 자전거타기, 계단오르기, 수영, 에어로빅 댄스)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늘려주는 유연성운동, 다리 근기능의 좌우 편차와 앞뒤 균형을 맞춰주는 다리 근기능 운동, 척추를 바로 잡아주는 허리 근기능 운동 그리고 바른 자세와 체형을 만들어주는 교정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성장에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해 야외로 나가 햇빛에 노출된 상태에서 다리를 많이 움직이는 걷기, 뛰기, 줄넘기, 배구, 농구, 축구, 등산, 배드민턴 같은 운동이 좋다. 그러나 날씨가 더운데 혼자 나가 운동하라는 것은 고역이다. 여름철만큼은 밤이라도 좋으니 부모가 함께 운동하며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7. 기를 살리고 행복함을 경험하게 하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카테콜아민 등이 분비되어 성장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억제한다. 많은 아이들이 평소 학교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교성적, 교우관계, 과다한 숙제, 시험성적 등… 방학 때만이라도 친구와 비교하기를 멈추고 기를 살려 주어야 하는데 방학이 되면 학원 일정이 더욱 빼곡해 진다.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아이를 끌어 올리려고만 하지 말고, 기를 살리고 하고 싶은 일을 30분이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키가 크기를 바란다면 방학만이라도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주지 말고 행복함을 경험하게 해야 키가 한 뼘 더 클 수 있다.
Doctor’s Advice
키 성장에는 때가 있다. 10세 정도 전후에 한번쯤은 골연령/성장판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요인인 영양과 운동, 수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하며,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최대한 많이 키를 키우는 것이 좋다. 키는 유전의 영향이 크지만 식습관, 부모와 함께하는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이의 키가 한 뼘 더 자랄 수 있다.
[Q&A]키 작은 우리아이, 성장호르몬 맞아야되나?
Q. 성장판은 무엇이고 성장판검사는 언제 받아봐야 하나요?
성장판은 부드러운 연골세포로 되어있다. 이곳의 연골세포가 증식, 성숙. 석회침착, 모세혈관 침투, 뼈 침착과정이 일어나면서 뼈의 길이성장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성장판이 있는 부위는 어깨•팔꿈치•손목•척추•골반•대퇴골•정강이뼈•발목•발뒤꿈치•손가락•발가락 등 모든 긴뼈의 양 끝에 있다. 손목, 팔꿈치, 고관절 등의 X선 촬영을 하여 성장판 상태를 확인하는데 초등학생은 보통 손목 사진을 찍어 알수 있다. 손목에는 다양한 화골핵들이 모여 있는데 자라면서 모양과 크기도 달라지므로 뼈의 모양과 성장판의 열린 정도에 따라 뼈 나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판 검사는 키가 작은데 늦자랄 것인지 성장이 빨리 끝날 것인지를 예측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므로 보통 초등학교 입학즈음해서 키가 작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Q. 성장판은 언제 열리고 언제 닫히나요?
성장호르몬, 성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이 성장판 성장에 관여한다. 성장호르몬은 성장판을 자라게 하는데 중요하고, 성호르몬은 성장판을 잘 자라게 하지만 너무 빨리 닫히게 해서 성조숙증의 경우 일찍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 성장판은 출생할 때부터 열려 있고 골연령으로 여자는 약 15세경, 남자는 약 17세경에 대부분의 성장판이 닫힌다. 요즈음은 중학교 졸업 할 때까지 키 성장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Q 성장호르몬결핍증이 아닌데도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될까요?
성장호르몬 투여가 꼭 필요한 경우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결핍증, 터너증후군, 만성신부전증, 프래더윌리증후군, 저체중 출생아중 따라잡기 성장이 안 되는 경우다. 그런데, 검사에서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정상인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 분비자극 검사에서 전형적인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신경내분비성 장애로 인해 24시간 동안 분비된 성장호르몬의 양이 정상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특별한 병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키가 매우 작은 경우(100명중 키가 1, 2, 3번)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하며, 우리 주위에서 보는 키가 작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특발성 저신장이다.
특발성 혹은 가족성 저신장증에서 성장호르몬 치료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발성 저신장에서도 현재 키가 매우 작고 성인 예측키가 작을 때는 미국 FDA 에서는 2004년, 한국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는 2009년에 성장호르몬 사용을 허가했다.단, 특발성 혹은 가족성 저신장증이 워낙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이므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좀 낮은 경우에는 더 효과가 좋고, 골격계의 문제이거나 다른 원인에 의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Q. 성장호르몬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 시기는 언제인가요?
성장 호르몬 치료는 뼈의 성장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만 가능하므로 이 시기 전에 치료를 해야 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체중당 약 용량이 필요하여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고 성장판이 닫혀갈 때보다 많이 열려 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크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치료를 받으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문의와 적절한 치료시기를 의논하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어린나이에도 바로 시작하며, 자연적인 방법으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키가 너무 작다면, 초등학교 2-3학년 정도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Q.성장 호르몬 투여는 얼마 동안 하는 게 좋은가요?
최소 6개월 이상, 대개는 1년 이상 장기간 투여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료 기간, 치료 반응도는 개인차가 있다. 대개 6개월 정도 치료한 후 경과를 보아 치료를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골연령이 여자 14~15세, 남자 15~16세 이상이며 연간 성장 속도가 2~3cm 이하가 되면 성장 호르몬 치료를 중단한다.
Q. 성장클리닉을 이용하면 아이가 평균적으로 몇 센티미터나 더 클 수 있나요?
성장호르몬 결핍증의 경우 성장호르몬으로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첫해에 10~12cm, 다음 2~3년간은 매년 7~9cm 이상 성장한다. 터너 증후군에서도 2-6년 치료 후 최종키가 예측키보다 8-10 cm 이상 더 자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키가 자라는 것은 성장호르몬 한가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적 요소, 아이의 생활습관, 아이의 연령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하면 몇 cm가 더 큰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수많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치료한 대규모 연구들이 점차 더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특발성 혹은 가족성 저신장에서 약 1년간 성장호르몬을 치료할 경우 치료하지 않은 경우보다 추가적으로 2~3cm 이상 더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성장호르몬 치료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성장호르몬 치료는 주사 방법이 간단하고 주사바늘이 가늘어서 통증이 적으므로 인슐린 주사처럼 매일 부모가 직접 피하 주사를 놓아주면 된다. 매일 잠들기 전에 주사하며, 1~3개월 간격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키와 몸무게 증가 상태, 사춘기 단계를 평가한다. 대략 6개월마다 신체 검사, 골연령 확인, 혈액 검사, 혈당 검사를 포함한 일반 생화학 검사, 성장인자•갑상선호르몬, 미량 영양소 등을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
Q 성장호르몬치료를 시작하는 나이와 종료하는 나이는?
성장호르몬치료를 시작하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사춘기가 진행되면 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성장판이 급속히 굳어지기 시작하며 성장판이 닫힌 후(15~16세 이후)에는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키가 작아도 기다려 보다가 사춘기가 시작되는 증세를 보이면 병원을 찾게 되므로 보통 만 10세 전후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치료 전 성장 속도와 비교해 치료 후 1년에 2cm 이상 키가 자라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뼈 나이로 여자 14~15세, 남자 16~17세 이상이고, 1년에 키가 2cm 이하로 자라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
Q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없나요?
성장호르몬제가 대량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이며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안전한 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은 매우 드물며, 1000명~3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데, 주사부위 근육통이나 관절통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없어진다. 성장호르몬 투여 첫 1-2주 동안 두개내 수분 저류로 인한 두통, 오심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으나 투약을 잠시 중단하고 증상이 호전된 후 저용량으로 다시 시작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원래 척추측만증이 있는 경우에 뼈가 급성장하면서 측만증이 약간 심해질 수 있고, 혈당이 증가할 수 있으나 성장호르몬 치료를 중단하면 정상화된다.
건강한 아동에서는 성장호르몬 투여로 암이나 백혈병의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는다. 단, 성장 호르몬은 몸의 모든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만큼 백혈병이나 암 등으로 투병 중인 경우에는 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시기와 용량을 잘 지킨다면 오래 치료하더라도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