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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총장 자서전/41/대학병원 부지를 물색하며

세계적 수준의 종합병원 건립의 꿈을 안고 병원 부지 물색

나는 의과대학 인가와 함께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오던 대학병원 건립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안과를 전문으로 하는 단일 병원을 30여 년간 운영해오면서 동양 최대의 안과병원이라는 명성까지 얻었던 나로서는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종합병원 건립의 꿈을 안고 병원 부지를 물색했다.


처음에는 대학이 위치해 있고 나의 고향이기도 한 논산에 병원을 건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발전을 위하여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는 신념에서 육영사업을 시작한 만큼, 여기에 연관된 의료사업도 당연히 고향을 위해 바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동안 의료 혜택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고향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터였다.


나는 건축학과에 재직중이셨던 안병익 교수를 비롯하여 경영학과 교수 몇 분을 준비위원으로 위촉하여 대학병원 건립에 착수했다. 병원 설립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병원 위치 및 타당성 조사였다. 병원 부지로서 처음에 생각해 둔 곳은 논산시 연무읍 동사리 일대였다. 그런데 논산은 소도시이긴 하지만 인구가 줄곧 감소세에 있어서 대학병원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논산에는 약 200병상 규모의 백제병원이 운영되고 있어 만일 500병상 이상의 대학병원이 생긴다면 기존의 병의원들은 물론 대학병원 자체도 경영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일부에서는 대학병원 건립을 집단적으로 반대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그 무렵 타당성 검토를 한 경영학과 교수들이 논산에서 200 병상 이상의 병원을 경영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또한 대학병원은 규모 상 대도시에 설립되어야 주민들에 대한 봉사 영역을 넓힐 수 있으며 병원 운영도 효율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좋은 의료 시설을 갖추어 놓고도 그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모든 면에서 손실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희수 총장이 캄보디아에서 형편이 어려운 현지 주민들에게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대학병원 건립이 이러한 난관에 부딪치고 있을 때 대전광역시 보건의료 분야에 관계하시는 과장 한 분이 대전의 의료 시설이 인구수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니 건양대병원을 대전에 건립하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해 오셨다. 나를 비롯한 준비위원들은 논산에 설립하기로 한 대학병원을 대전에 세우는 데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논산 시민을 어떻게 설득시키는가가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결국 대전에 500병상을 짓고 논산에 150병상을 지어 중환자는 대전으로 이송시키는 방법을 강구했다. 처음에는 좀 말이 있었으나 차츰 잠잠해졌다.


나는 논산에 병원을 짓지 못한다면 건양대와 가장 가까운 대전의 서남부권이 최적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산―대전 간 4차선 도로 확장공사도 거의 마무리되어 논산에서 대전 서남부까지 3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아 논산 시민들도 쉽게 오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전 서남부 지역은 그때까지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구릉이었는데 마땅한 땅을 찾기가 힘들었다.

 

설사 땅이 병원 용지로 적합하다고 해도 땅 소유자가 양도할 의사가 없다면 소용없는 일이었다. 우선 매매로 내놓은 땅 십여 곳을 찾아 현지 실사를 해 보았는데 종합병원이 들어설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갖춘 곳이 없어 부지 물색하는 데만 소중한 시간들이 자꾸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각종 수목이 울창해 과거 대전 시민들이 휴식처로 즐겨찾던 만수원(萬樹園) 땅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을 입수하고 관계자를 찾아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때까지 소유자측은 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내가 먼저 땅을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여러 가지 부대조건을 협의하는 데 약 6개월의 시간을 또 허비해야만 했다.

 

장시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드디어 1995년 10월 만수원 전체 토지 중에서 절반인 2만여 평을 계약했다. 이 땅은 피를 말리는 듯한 밀고당기고의 지루한 시간을 보낸 뒤에 얻은 땅으로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안쪽에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곳은 지리상 대학과 가깝고 대단지 아파트가 주위에 조성될 예정이어서 대학 부속병원으로는 적합한 장소였다.


그러나 부지 확보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구입한 만수원 부지를 병원 용도로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지 앞에 있는 타인 소유의 땅을 추가로 구입, 진입로를 내야만 했다. 대학병원이 들어선다고 하니까 토지 소유자들이 땅을 파는 것은 둘째 치고 아예 우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 물론 땅값이 오르리라는 기대 심리 때문이었다. 소유주들을 잘 아는 분을 중간에 넣어 설득하기도 하고 직접 만나 조르기도 하면서 그 땅들을 모두 살 수 있게 되었다.


병원 부지를 완전히 구입한 후에는 행정적 절차를 밟아 병원을 건축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대전시로부터 자연녹지를 종합병원 용지로 변경을 해야 하는데 그 일 역시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도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할 곳이면 병원 용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준비위원들과 한시도 쉴 틈 없이 도시계획 변경승인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자료들을 준비했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자료들을 세밀하게 체크하여 접수시켰다.

 

대전시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학 부속병원을 설립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을 것과 병원 후면의 녹지를 충분히 확보하라는 통보를 보내왔다. 교육인적자원부에 우리의 입장과 부족한 지역 의료 서비스 사정을 상세히 보고하여 승낙을 받았다. 병원 후면의 녹지도 추가로 구입했음은 물론이다.


병원 부지로 사들인 만수원 땅은 정웅섭씨가 만 가지 수종을 심었다고 해서 만수원이라 명했다는데 대전 시민들의 휴식과 건강을 위한 녹색의 공원이었다. 그 명칭대로 종류가 다양한 수목들이 꽉 들어차 있었지만, 세월의 부침과 함께 오랫동안 손보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우거져 있었는데 고사 상태의 나무도 있었고, 밀림을 이루듯 울창하게 잘 자란 나무들도 있었다. 이러한 나무들을 베어내기가 너무 아까워 최대한 이를 활용하기로 했다.

 

병원 조경용으로 쓸 것은 건축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뽑아 가식을 했고, 수목이 필요한 곳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전시에는 4천만 원 상당의 나무를 기증했는데 하수처리장 수벽을 만드는 데 이용되었다고 한다. 천안에 위치한 충남프레야골프장에 기증한 아름드리나무 600그루는 지금도 잘 자라고 있어 볼 때마다 만수원의 기억을 새롭게 한다. 그밖에 대전시청, 대전방송국, EXPO 골프장, 우리 대학 등에 옮겨심기도 했다. 처음 부지를 탐사할 때는 나무에 가려 방향을 전혀 몰랐는데 점차 나무가 없어지고 나자 어느 위치에 병원이, 어느 자리에 주차장이 들어설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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