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1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보험 약가로 인한 공급 차질"이라며 "전문의약품은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는 만큼 안정적인 공급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의료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필수의약품들까지 원료 부족과 수익률 저하로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에 필요하지만 약값이 생산원가를 보전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제약회사가 생산할수록 손해가 되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생산 중단은 물론,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항암 주사제 5-플루오로우라실(5-FU) 품절,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와 타미플루 품절, 타이레놀과 기침, 가래약, 항생제를 비롯한 여러 감기약과 소아 의약품의 품절 사태 등 의약품 공급 문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게 의사회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의약품 품절사태의 근본 원인은 약값을 최소한 물가 상승률 정도는 인상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히려 약값 인하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그 동안 의료인과 제약사에 돌아가는 수익을 통제해 의료비를 낮게 유지했지만, 수익을 보장받지 못하는 제약사들이 마진이 남지 않는 의약품의 공급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일부 제약사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다른 제품에서 얻은 이익으로 손해를 감수해오던 약들마저 이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회는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혀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며 "의사를 늘리겠다면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몰아내고, 환자를 살리겠다면서 필수 의약품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정부에 더 이상 희망을 가지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의약품의 약가는 계속 인하하면서 수급은 알아서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필수의약품 품절 사태는 현재 한국 의료의 위기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공급자를 옥죄어서 저가로 후려치기 하겠다'는 후진국형 발상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시급히 취해야 할 올바른 개혁의 방향"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