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제약의 ‘의약품 바꿔치기 사건’은 현장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해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개선해야 해야 할 사항이 많다.
몇 해 전 발생해 약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온 건풍제약 사건은 주사제에 대한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했고, 더 이상의 유사 사건을 방지하는데 있어 큰 경각성을 주었다.
물론 건풍제약 사건과 환인제약 사건과는 거리가 있지만,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선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하다.
환인제약의 경우 위탁생산해 판매만 담당했기 때문에 책임소재에서 자유롭다고 이야기 할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모든 책임은 위탁 생산을 의뢰한 환인제약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수탁 업체에 있지만 완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샘플링 조사 시스템만 가동 했더라도 이번 사건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직원의 단순 실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왜 시중에 유통될 때까지 이를 잡아내지 못했는지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포장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는 생산업체와 위탁업체 가운데 어느 한 곳에서라도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른 검사만 했더라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위탁업체가 납품받은 완제 의약품을 기준 및 시험방법이 아닌, 흔한 GC등 검사기기에 걸어 최소한 동일 성분이 들어 있는지에 대한 검사만 했더라도 ‘단순 실수’는 ‘단순 작업’으로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 없이 위탁업체가 수탁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의약품을 유통시킨다는 것은 첫째 생산업체를 1백% 신뢰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위수탁 의약품의 경우 품질관리에 있어 생산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구조로 인해 그냥 넘긴 경우이다.
끝으로 위수탁 의약품에 대해 자가 품질관리 의무 규정이 없어, 통상적 업무상 관리를 했을 뿐인데 이른바 ‘운이 나빠’서 희생양이 된 케이스이다.
위 세 가지 유형 가운데 한 가지가 이번 사건을 불러 일으켰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에 대한 품질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언급하지 않아도 의약품의 부작용은 예측 가능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환인제약 사건의 경우 소화성궤약치료제와 소염진통제의 라벨이 잘못 표기돼 상호 다르게 처방되어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큰 부작용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궤양환자가 라니티니제제를 병원으로부터 처방 받았는데 실제 약은 생산회사의 잘못으로 다른 약이 들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환자가 다음에 그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질병의 치료적 효과는 물론이고, 심리적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 자명하다.
이번 환인제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원에서 궤양치료제를 처방 받았는데,자기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소염진통제를 계속 복용했다면 처방 받은 환자는 위궤양 치료가 되기는커녕 소화성궤양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원 한 사람의 단순한 실수가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인제약 사건은 의약품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항암제와 소염진통제가 서로 바뀌지 않고, 더 큰 화를 부르기 전에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이 작동해 조기에 해결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어물쩍 넘기면 안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이를 타산지석으로 여겨 위수탁 의약품에 대한 품질관리가 보다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의약품 품질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한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법을 바꿔서라도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식약청을 비롯 제약업계 모두가 함께 힘써야 한다.
특히 수탁을 받은 생산업체는 직원들에 대한 품질관리 교육을 더욱 강화해 다시는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탁 업체도 완제의약품에 대한 관능적 검사 이외에 기능적 품질검사를 제도화 해야 한다.
위탁업체 품질관리팀이 GCㅡ메타에, 위탁해 생산한 제품 가운데 샘플링 한 제품 한 두 가지만 걸어서 시험해 본다면 최소한 효능효과가 뒤바뀐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키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식약청도 위수탁 업체 모두에게 생산되는 모든 의약품에 대한 품질관리 기록을 철저히 관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의 후진적 품질관리 오류는 환인제약 사건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편 비공식 소식통에 따르면 환인제약은 이번 사건과 관련 신고를 한 병원과의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품질관리와는 별개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민원은 민원이고, 품질은 품질이다. 설령 병원과의 민원문제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제품이 뒤바뀐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갖고, 품질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한편 식약청은 최근 환인제약의 소화성궤양치료제 ‘유란탁주’ 제품이 소염진통제 ‘바렌탁주’ 제품으로 잘못 표시되어 유통된 사건과 관련, ‘유란탁주’를 생산하고 있는 신풍제약의 제조공장 및 문제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제조공정 중 라벨 관리 미흡 및 작업자의 작업 혼돈에 따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가 된 유란탁주 제품(바렌탁주 라벨이 부착된 유란탁주, 제조번호: 411B02AA)을 수거 검사한 결과, 라벨표시 이외에 제품품질에는 문제가 없었으며, 다른 제품에서도 라벨표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하였다.
이번 사고는 신풍제약이 ’11.2.25일 바렌탁주(제조번호 : 406B03AA) 라벨 작업 후, 작업자가 잔여 라벨을 제거하지 않고 바로 이어서 유란탁주(제조번호 : 411B02AA) 라벨작업을 실시하여 발생한 단순 라벨 혼입 사례로 드러났다.
식약청은 금번 조사결과에 따라 유란탁주 및 바렌탁주에 대한 사용 중지를 해제하는 한편, 문제 제품은 회수·폐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