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통보와 치료 결정을 두고, 암환자와 가족 간 의견 불일치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암환자가 말기가 되었을 때 환자의 상태를 알리고, 환자가 본인의 선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말기 의료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 결정에서 환자의 상태가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가족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때로는 환자 대신 모든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와 충북대학교 박종혁 교수(전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팀은 2011년 암환자 ․ 가족 990쌍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암환자와 가족이 말기암 의사결정을 두고 의견 불일치가 있음을 밝혔다.
환자와 가족의 의견 불일치는 가족 구성원 간 심각한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76.9%)와 가족(61.1%)은 말기암 상태를 환자에게 알리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 비율은 환자가 가족보다 15.8%나 높아, 환자가 말기암 상태를 인지하는 데 훨씬 적극적임을 알 수 있었다.
누가 알릴지에 대해선, 환자는 의사가 알림(56.1%)을 가장 선호했고, 다음으로 가족의 동의하에 의사가 알림(20.7%), 가족이 알림(14.3%) 순으로 의사로부터 직접 말기암을 통보 받길 원했다.
가족은 가족의 동의하에 의사가 알림(42.5%), 가족이 알림(28.7%), 의사가 알림(28.2%) 순으로 의사가 알리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가족이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했다.
말기암 생명연장 치료에 대해서도, 치료를 원한다는 환자(20.1%)와 가족(32.2%) 간 의견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환자와 가족의 의견 불일치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카파계수를 이용했다. 환자와 가족을 한 그룹으로 보고 환자와 가족의 의견 일치를 카파계수로 평가한 결과, 말기통보 여부(0.12), 통보 방법(0.13), 말기 치료(0.08)로 환자와 가족 간 의견 일치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카파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일치 수준이 높다.
이러한 의견 불일치는 배우자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이 보호자 역할을 하거나, 환자와 가족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더 높게 나타났다.
신동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환자가 말기가 되었을 때 필요한 다양한 의사결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 의견 불일치가 있음을 밝혔다. 이는 환자와 가족 간 의견 충돌로 인한 가족 내 심각한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며 "말기암 상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와 가족이 의견 갈등을 최소화 하고 충분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의료진의 세심한 도움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박종혁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짧은 암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와 가족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며 “향후 암 치료 결정과정에서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가족문화 특성을 고려한 암 진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저명 학술지 ‘정신종양학’지(誌)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