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하던 돼지 지방이 최근 '슈퍼 푸드' 랭킹 8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비타민B1, 비타민D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다이어트를 할 때에도 돼지 지방을 적극 활용해도 좋을까. 365mc 올뉴강남본점 김정은 대표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돼지 지방 속 비타민B1, 탄수화물 분해하는 '활력 부스터'
돼지고기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하다. 비타민B1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신체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의 비타민B1 함유량은 소고기의 약 6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표원장은 "비타민B1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우리가 에너지로 쓰는 '아데노신 삼인산(ATP)'으로 바꾸는 데 꼭 필요한 효소"라며 "직접적으로 지방을 태우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 시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높여 운동 지속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돼지 지방에는 비타민D도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D는 뼈와 치아 형성, 면역력 강화에 필요한 성분이다. 특히 혈중 비타민D가 많은 사람은 '다이어트 효율'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과체중 남녀를 대상으로 11주 동안 매일 일정 칼로리씩 덜 먹게끔 유도했다. 이때 참가자들의 다이어트 전후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비타민D가 많은 사람일수록 체중 감량효과가 컸으며 복부지방 감소에서 두드려졌다.
◆다이어트에 다다익선 없다… "슈퍼푸드 점수 책정 방식 한계 있어"
돼지 지방, 다이어터가 먹어도 괜찮을까. 김 대표원장은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다이어트에 '다다익선'은 없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원장은 "돼지 지방은 55%가 불포화지방산, 40%가 포화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다"며 "소 지방보다 불포화도가 높지만, 포화지방산 역시 적지 않아, 다이어터나 비만한 사람은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인의 하루 돼지고기 섭취 적정량은 100~150g 이내다.
돼지 지방이 '슈퍼 푸드'로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선 점수 책정방식에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조사를 담당한 BBC퓨처가 이번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시행한 연구는 좋은 영양성분에만 가산점을 주었다"며 "(나쁜 영양소에는 감점을 주지 않아) 체중 관리 시 제한이 필요한 동물성 지방인 돼지 지방이 오히려 높은 순위에 오른 모순적인 결과가 나온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 지방에 이런 기능도?..."줄기세포 퀄리티 달라져"
돼지 지방에서 얻을 수 있는 건강상 효과는 또 있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줄기세포와도 연관이 깊다. 돼지 지방에 풍부한 '올레산'이 줄기세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레산이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저염증 환경을 만들고 세포 재생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로 사람의 지방은 골수 대비 약 500배, 말초혈 대비 2만5000배 많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다. 이에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안으로 자가지방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허벅지, 복부, 팔뚝 등에서 지방흡입을 통해 뽑아낸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피부에 주입하는 식이다. 노화된 피부에 작용해 탄력을 개선하고 미백 효과를 준다.
줄기세포 시술 전 돼지 지방을 먹는 것이 줄기세포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닛셀 지방줄기세포연구소 김진옥 연구소장은 "지방줄기 세포 연구에도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비율에 따라 줄기세포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돼지 지방에도 풍부한 올레산은 지방줄기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돼지 지방의 과잉 섭취는 경계해야 한다. 김 연구소장은 "돼지기름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시술간 건강한 지방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포화지방산 함량도 적지 않아 과잉 섭취 시 LDL 콜레스테롤 증가로 심혈관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