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전증 환자에게 어떤 항경련제가 효과적일지 치료 초기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2600여 명의 뇌전증 환자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특정 항경련제의 치료 반응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박경일·이상건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영곤 교수팀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단일기관 뇌전증 코호트를 활용해, 환자의 초기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항경련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뇌전증은 환자별 약물 반응 차이가 커 치료 약제 선택이 어려운 질환으로, 전체 환자의 약 30%는 여러 차례 약물 조정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은 뇌전증 환자의 초기 검사 결과와 3년 이상 추적된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항경련제 사용 이력, 경련 유형, 뇌 MRI와 뇌파 소견, 혈액검사 결과 등 총 84개 임상 변수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했으며, 주요 분석 대상 약물은 레비티라세탐(LEV), 옥스카르바제핀(OXC), 발프로산(VPA), 라모트리진(LMT) 등이었다.
트리 기반 앙상블 기법으로 설계된 머신러닝 모델은 약물 투여 후 경련 빈도가 50% 이상 감소한 경우를 ‘치료 반응’으로 정의해 예측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단일요법에서는 발프로산(AUC 0.686), 라모트리진(AUC 0.674), 옥스카르바제핀(AUC 0.633) 순으로 예측력이 높았으며, 병용요법 중에서는 카르바마제핀과 레비티라세탐 병용요법(CBM+LEV)이 가장 높은 예측력(AUC 0.764)을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샤플리 가산 설명법(SHAP)을 활용해 약물별 치료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분석했다. 전신 경련을 동반한 환자는 발프로산에 대한 반응성이 높았고, 고령 발병이거나 유병 기간이 짧은 환자는 라모트리진 치료에 더 잘 반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일 교수는 “그동안 항경련제 선택은 전문의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이번 연구는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도구를 제시했다”며 “향후 다기관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 임상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AI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