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공동 연구진이 한국의 첨단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하여 통증없이 피부를 손상시키는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전을 규명해 새로운 개념의 진통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룰리 궤양(Buruli ulcer)은 열대성 소외질환 중 하나로, 아프리카, 남태평양과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 국가의 15세 미만 유아·청소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오염된 습지에 서식하는 세균인 Mycobacterium ulcerans(M. ulcerans, 이하 ‘원인균’)의 감염에 의해 발병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프리실 브로딘 박사(공동교신저자) 연구팀과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 로랑 마르솔리에 박사(공동교신저자) 연구팀이 공동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한-프랑스 과학기술협력기반조성사업과 EU-FP협력사업 등의 지원으로 개시․수행되었고,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저널 셀(Cell)지 6월 19일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 Mycobacterial Toxin Induces Analgesia in Buruli Ulcer by Targeting the Angiotentin Pathways)
공동 연구진은 부룰리 궤양의 원인균이 분비하는 독소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Angiotensin II receptor)와 결합하여 신경세포 내 분자적 연쇄 자극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칼륨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함으로써 통증이 지연됨을 밝혀냈다.
지금까지는 환자가 피부괴사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환부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신경세포의 손상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과분극 현상이 그 원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먼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의 연구진은 동물모델 실험에서 원인균에 감염된 실험쥐가 정상쥐에 비해 통증 반응이 지연됨을 발견했으며, 그 이유가 원인균이 분비하는 독소에 의해 신경세포막의 과분극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임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확인했다.
특히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살아있는 세포 내 현상을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인 ‘Phenomic ScreenTM’을 활용, 원인균의 독소를 주입한 쥐 신경세포막의 분극 변화를 직접 관찰한 결과 세포 내 칼륨채널을 통해 과분극 현상이 발생함을 다세포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유전자 수준에서 신규 기전을 규명하는 기술인 ‘PhenomicIDTM’를 도입하여 8,000여개의 쥐 유전자를 분석했고, 그 결과 안지오텐신 II 수용체(AT2R)가 독소와 과분극 현상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기전의 핵심 요소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아울러 추가 분석을 통해 원인균의 독소가 세포의 안지오텐신 II 수용체와 결합한 후 포스포리파아제 A2(PLA2), 사이클로옥시겐아제-1 (COX-1 또는 PTGS1), 프로스타글란딘 E2(PGE2)를 연쇄적으로 활성시킴으로써 칼륨 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통증 반응이 지연됨을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프리실 브로딘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전을 향후 신약개발로 응용한다면 지금까지의 진통제와는 다른 원리로 작용하는 혁신적인 통증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이어 공동 제 1 저자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송옥렬 박사는 “한국의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한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권위지인 Cell지에 게재됨으로써 우리 기술의 우수성과 한국의 연구 역량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리실 브로딘 박사와 송옥렬 박사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으로 본 연구를 개시 및 수행 후 프랑스국립보건의학연구원 연구팀으로 소속을 옮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연 구 결 과 개 요 |
1. 연구배경
M. ulcerans의 감염에 의해 발병하는 부룰리 궤양은 열대성 소외질병 중 하나로, 보통 팔과 다리 부위에 광범위한 피부궤양을 야기한다. 감염 초기에 항생제를 복합투여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감염 후기까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궤양 부위의 영구적인 변형과 만성적인 기능이상을 일으키고, 감염 부위가 뼈까지 깊어져 골수염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2차 감염으로 악화될 경우에는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 있다.
발병 초기에는 피부 손상의 범위가 넓어져도 환자가 환부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치료를 시작하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는 부룰리 궤양의 이러한 무통증 현상의 원인이 M. ulcerans이 분비하는 독소인 Mycolactone에 인한 신경 손상때문일 것으로 추정되어 왔을 뿐 이와 관련된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2. 연구내용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의 공동연구팀은 M. ulcerans의 감염과 환자의 통증 반응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의 연구진은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M. ulcerans에 감염된 실험쥐와 Mycolactone을 주입한 실험쥐의 경우 통증 유발 실험에서 정상쥐에 비해 반응이 지연됨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손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어 단일세포 수준에서 신경세포의 막전하 변이를 관찰하여 통증반응 지연이 Mycolactone에 의한 쥐 신경세포막의 과분극 현상 때문임 밝혀냈다.
위의 연구결과를 다세포 수준에서 더욱 자세히 밝히고자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고유의 시각화 기반 초고속∙대용량 스크리닝 기술인 PhenomicScreenTM을 통해 쥐의 신경세포를 관찰했다. PhenomicScreenTM은 살아있는 수 많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화학적인 현상들을 자동 알고리즘 수행이 가능한 선진 바이오 이미징 기법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찰 및 분석하는 첨단 기술이다.
연구진은 쥐의 신경세포에 Mycolactone을 주입한 후 PhenomicScreenTM을 통해 세포막의 분극 변화를 직접 모니터링했다. 쥐의 신경세포를 세포 전압에 민감한 형광표지물질로 염색하고, 여기에 미량의 Mycolactone을 주입한 후 발생하는 현상을 공초점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이어, 자동 분석 알고리즘을 접목하여 독소 주입 전과 후를 기준으로 이미지 내 형광신호의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세포의 분극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Mycolactone이 신경세포의 칼륨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야기하여 통증전달을 지연시킨다는 사실을 다세포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이들의 분자생물학적 연결고리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신규 기전을 규명하는 기술인 PhenomicIDTM를 도입했다. 쥐의 대식세포인 RAW 264.7 세포에 Mycolactone을 주입한 연구 모델을 구축한 후, 이것을 8,000개의 쥐 유전자를 대상으로 PhenomicIDTM를 통해 스크리닝했다. 그 결과 34개의 관련 유전자를 초기 선별하였고, 추가 분석을 통해 안지오텐신 II 수용체(이하 AT2R)가 Mycolactone과 신경세포의 과분극 현상을 연결하는 생물학적 기전의 핵심 요소임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어, AT2R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분자수준에서 밝혀내기 위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진은 PhenomicIDTM를 통해 도출한 스크리닝 결과를 재분석하였고, 이를 통해 Mycolactone이 세포의 AT2R과 결합하여, 포스포리파아제 A2 (PLA2), 사이클로옥시겐아제-1 (COX-1, PTGS1), 프로스타글란딘E2 (PGE2) 을 순차적으로 활성화시켜 결국 칼륨 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하고,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통증 반응이 지연됨을 구체적으로 증명했다. 특히,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의 연구진은 AT2R가 제거된 돌연변이 쥐를 활용한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M. ulcerans 감염 또는 Mycolactone 주입으로 인한 과분극 현상이나 통증지연 현상은 더 이상 관찰되지 않음을 확인함으로써 AT2R이 통증지연 현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함을 재확인했다.
3. 기대효과
이미 시판되고 있는 진통제 중 안지오텐신 II 수용체를 약효 작용점으로 하는 약제(EM401)가 존재하는데, 이 약제의 기전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를 블럭시킴으로써 통각 과민 현상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안지오텐신 II 수용체의 경로를 통해서도 통증 지연 현상이 일어남을 밝혀냈고, 이는 기존 약제의 기전과는 반대되는 새로운 기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팀에서 밝혀낸 안지오텐신 II 수용체를 통한 과분극 현상을 유도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혁신적인 진통제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연 구 결 과 문 답 |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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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없이 피부가 손상되는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현상이 기존의 추측처럼 신경세포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인균의 독소가 신경세포 내 특정 단백질인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AT2R)와 결합함으로써 세포의 과분극 현상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통증을 지연시키기 때문임을 규명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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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쓸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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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명된 AT2R 경로에 의한 신경세포의 과분극 유도기작을 신약개발 연구에 응용하면 새로운 기전의 진통제 개발 가능성을 열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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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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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지 지금부터 약 5년 내지 7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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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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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2R의 새로운 작용기전이라는 기초연구 성과를 신약개발로 연계하기 위한 후속 단계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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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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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감염에 의해 피부가 괴사되는데도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궁금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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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가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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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분비 독소(Mycolactone)가 빛에 민감하고 플라스틱에 흡착하는 경향이 있어 정확한 양의 독소를 세포에 주입하는 실험단계를 최적화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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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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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감염에 따른 무통증 기작을 규명한데서 그치지 않고, 후속 연구로 잘 연계하여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부작용없는 효과적인 진통제를 개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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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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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연구 목표와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공동연구를 통해 서로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활발히 교류한다면 우수한 연구 성과를 빠른 시간 내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용 어 설 명 |
1. 셀(Cell) 지
○ 셀 프레스(Cell Press)가 월 2회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 생명과학계의 획기적인 실험적 발견 및 최신생물학 동향 등을 다룬다.
2. 부룰리 궤양(Buruli ulcer) 및 M. ulcerans
○ 열대성 소외질환 중 하나인 부룰리 궤양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남태평양 지역과 같은 열대 및 아열대
기후대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며, 환자의 대부분은 주로 15세 미만이다.
○ 자연 상태의 오염된 습지에 서식하는 Mycobacterium ulcerans(이하 M. ulcerans)라는 세균 감염에 의해
발병하는데, 결핵이나 한센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같은 계열이다.
○ M. ulcerans 는 mycolactone이라는 독성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독성 물질이 세포 손실을 야기하고 면역
반응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칼륨 채널을 통한 과분극(Hyperpolarization) 현상
○ 신경 세포막에는 전위(단위 전하가 갖는 위치에너지)가 존재하는데 이는 세포막 안팎의 이온 농도 차이
또는 세포막의 이온 투과성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 일반적으로 세포막 안쪽에 존재하는 칼륨은 칼륨 채널(세포막에 존재하면서 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
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는 경로)을 통해 세포막 외부로 방출되는데, 이러한 칼륨의 방출이 활발해져 세포
막 안쪽이 음전위를 나타내고 세포막 전하가 정상전위(휴지막 전위) 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과분극이라
한다.
4. PhenomicScreenTM(페노믹스크린) 및 PhenomicIDTM(페노믹아이디)
○ PhenomicScreenTM은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스크리닝 하여 연구 목적에 적합한 효능을 보이는 화합물
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기술이며, PhenomicIDTM는 PhenomicScreenTM를 통해 도출된 화합물의
생물학적 기전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기술이다.
○ 두 기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면 혁신신약 개발 연구를 가속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을 제고
할 수 있다.
그 림 설 명 |
그림 1. M.ulcerans가 분비하는 독소에 의한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작 개념도
어깨부위에 M.ulcerans가 감염되면 독소인 mycolantone이 분비되어 피부괴사를 일으킨다. 이와 동시에 mycolactone이 안지오텐신II 수용체(AT2R)와 결합하여 신경세포 내 칼륨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림 1. M.ulcerans가 분비하는 독소에 의한 부룰리 궤양의 무통증 기작 개념도
어깨부위에 M.ulcerans가 감염되면 독소인 mycolantone이 분비되어 피부괴사를 일으킨다. 이와 동시에 mycolactone이 안지오텐신II 수용체(AT2R)와 결합하여 신경세포 내 칼륨채널을 통한 과분극 현상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림 2. 독소와 안지오텐신 II 수용체(AT2R)의 결합으로 인한 신경세포 과분극 개념도
독소 Mycolactone이 세포의 안지오텐신II 수용체(AT2R)와 결합한 후 포스포리파아제 A2 (PLA2), 사이클로옥시겐아제-1(COX-1 또는 PTGS1), 프로스타글란딘E2(PGE2)을 연쇄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칼륨채널(TRAAK)을 통한 과분극 현상(칼륨의 세포외 배출)을 유도한다.
그림 3. 왼쪽부터 논문의 공동 제1저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송옥렬 박사와 공동 교신저자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프리실 브로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