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돌봄과 치료 결정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설문도구가 한국어판으로 국내 최초 개발됐다.
30일 충북대학교병원(병원장 최재운)에 따르면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박종혁 교수(전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연구팀과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팀은 충북대병원에 입원중인 암환자를 비롯해 전국 암환자와 가족보호자 990쌍을 대상으로 암 치료에 관련한 암환자와 가족의 의사소통 정도를 측정하는 설문 도구(암 의사소통 측정도구, Cancer communication assessment tool, CCAT)를 한국어로 개발한 결과를 저명 국제학술지인 ‘정신종양학지(psycho-onc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암 의사소통 측정도구’는 미국의 Laura Siminoff 교수가 개발한 도구로, 18개의 서로 짝지어진 문항을 환자와 가족보호자에게 각각 설문, 그 차이를 점수화해 환자와 가족의 의사소통의 원활성을 평가하는 도구이다. 이 도구는 환자나 가족보호자 한사람에게만 의사소통 정도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을 묻는 접근이 아닌, 환자-가족 쌍에 대한 접근(dyadic approach)을 한다는 특징이 있다.
조사 결과, 환자와 가족간에 각 항목에 대한 응답의 일치도는 전반적으로 매우 낮아서, 환자와 가족이 암 치료의 결정이나 의사소통 과정에 대해서 의견과 인식의 불일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인 가족들일수록, ‘암 의사소통 측정도구’로 측정한 의사소통의 불일치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암 의사소통 측정도구’가 가족간 암치료에 관련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가족들을 선별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암 의사소통 측정도구’로 측정된 의사소통 불일치 점수가 높은 가족들일수록 가족들이 간병으로 인한 부담을 더 많이 느끼고, 긍정적인 적응을 잘 못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환자와 가족이 원활하게 암 치료에 대해 의사소통을 할수록,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 느끼고 환자를 돌보는 일에 긍정적으로 적응하게 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 결정을 할 때 가족의 참여를 희망하였으며, 가족 보호자들 역시 환자의 치료 결정에 가족이 참여하길 원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적어도 일부의 암환자와 가족 보호자간에 암 치료에 관한 의사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는 가족들이 있으며, 이러한 가족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부담감과 부적응이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종혁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암 진료 환경에서는 의료진이 일상적인 진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간에 암 치료에 관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가족을 찾아내어 도와주는 것이 쉽지 않다” 며 “향후 암 치료 결정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원활히 의사소통을 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본의 지역거점 암 정보 상담지원센터와 같은 지지의료(supportive care in cancer) 등의 암 진료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욱 교수는 “일부 환자와 가족들은 가족들간에 암이나 암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함으로써 환자가 받아야 할 암치료에 관하여 환자와 가족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며 “환자와 가족이 의견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대화를 통해 함께 치료의 목표와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