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0 (금)

  • 흐림동두천 10.2℃
  • 맑음강릉 14.4℃
  • 흐림서울 9.9℃
  • 흐림대전 10.4℃
  • 맑음대구 14.9℃
  • 맑음울산 17.4℃
  • 흐림광주 10.3℃
  • 맑음부산 17.4℃
  • 흐림고창 9.1℃
  • 맑음제주 13.7℃
  • 흐림강화 9.6℃
  • 흐림보은 10.2℃
  • 흐림금산 9.9℃
  • 흐림강진군 11.7℃
  • 맑음경주시 15.8℃
  • 맑음거제 15.7℃
기상청 제공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자서전/19/기술도입을 위한 인내와 도전의 시간들

실로 끈질긴 인내와 좌절,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인내와 도전의 끝에서 우리는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일본 측으로부터 ‘보다 긴밀한 상담을 위해 중역진을 보내겠다’는 통보가 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설득과 제안에 무덤덤한 반응으로 일관했던 입장이 백팔십도로 바뀐 셈이었다.


회사 내부에서조차 용각산과의 기술제휴가 무리한 욕심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일본 측과의 교섭 방안을 강구하느라 고민을 거듭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용각산 측에서도 한국 내의 거래처를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었다.

이제 겨우 공장다운 공장을 짓고 있는 신생 제약회사의 경영자로서는 실로 초조한 마음이 아닐 수 없었다.
고심 끝에 우선 내가 생각해낸 방안이 바로 ‘오가와’라는 일본인 무역 중개인이었다. 오가와는 한일간 국교가 재개되면서 두 나라를 오가며 활발하게 무역중개를 하던 사람으로서, 당시 중외무역(中外貿易)의 영업과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다행히도 오가와는 용각산측과 접촉해달라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그 또한 용각산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으며, 특히 생약제제에 대한 내 의지를 잘 이해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오가와를 통해 용각산 측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으로 나는 일보 쪽의 사정에 능통한 황덕진을 시켜 추후 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오가와가 우리에게 알려온 소식은 당초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일본 측은 보령제약의 사세(社勢)에 관한 자세한 데이터를 요구해 왔던 것이다. 아울러 용각산을 생산할 경우 어떤 설비를 구축하여 어떤 방법으로 생산할 것인지에 관한 자세한 복안 제시를 요구했다.

그들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우리의 회사규모나 생산 설비에 관해서 있는대로 자료를 보내주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일본 용각산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김승호 회장)


문제는 그 이후였다. 아직 공장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한 것이 보령제약의 현실이었던 만큼 그들이 요구하는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양측의 이견해소가 어렵다고 생각한 나는 이번에는 황덕진을 직접 나서게 해서 일본 측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황덕진은 그동안 도소매업으로 다진 보령제약의 탄탄한 영업기반을 강조하는 한편 준공예정인 성수동 공장의 설계도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측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였다. 그들은 우선 기본적인 생산체계가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보다 현대적인 설비를 요구하고 있었고, 좀처럼 그 기준을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가 나름대로 어떤 자신감과 의지를 표명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요컨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요구조건은 그런 추상적인 계획이나 포부가 아니라,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설비나 공장이었던 것이다.
기술제휴에 대한 상담은 그렇듯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고, 그 지루한 시간이 무려 2년을 넘기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그냥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세상에 어찌 쉬운 일이 있을 것이며, 더구나 그 일이 평소 꿈꾸던 계획을 실천하는 과정이라면 어찌 인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본 용각산과의 기술제휴를 기념한 성수동 공장에서의 기념 식수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승호 회장.


특히 매사에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또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 내 평소의 소신이었다. 따라서 나는 결국 용각산과의 기술제휴를 이루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적어도 훗날 그 일을 추진한 과정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최선을 다한 사람이야말로 그 결과에 당당히 승복할 줄 아는 법이다. 만약 용각산에 대한 우리의 꿈이 단순히 헛된 꿈으로 남겨진다 해도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했다면 나는 비로소 미련 없이 당당히 손을 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본 측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설득은 중단되지 않았다. 실로 끈질긴 인내와 좌절, 그리고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인내와 도전의 끝에서 우리는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었다. 일본 측으로부터 ‘보다 긴밀한 상담을 위해 중역진을 보내겠다’는 통보가 온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설득과 제안에 무덤덤한 반응으로 일관했던 입장이 백팔십도로 바뀐 셈이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약ㆍ약사

더보기
/노재영 칼럼 / K-바이오 수출 ‘역대 최대’…이제 완제의약품까지 외연 넓혀야 2026년 1분기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2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체 의약품 수출의 71%를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했다는 점은 산업 구조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성과는 단순한 수출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 강화,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제고, 그리고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로의 수출 급증은 K-바이오의 글로벌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 중인 규제 혁신과 글로벌 진출 지원 정책이다. 허가·심사 절차 간소화, 사전 GMP 자료 축소, ‘Click!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정보’ 플랫폼 구축 등은 기업들의 해외 진출 장벽을 낮추는 실질적 조치로 평가된다. 여기에 CDMO 기업의 수출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정비까지 더해지면서,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배너
배너
배너

의료·병원

더보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필수의료 보호 취지 무색…전면 재검토 촉구”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필수의료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의료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특히 형사특례 구조, 중대한 과실 기준, 책임보험 요건, 사고 후 설명의무,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등 전반에 걸쳐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사고 심의제도 도입, 책임보험 의무화, 조정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를 두고 필수의료 현장의 형사 부담 완화와 환자 보호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균형 잡힌 입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학회는 “입법 취지와 달리 실제 진료 환경과 괴리된 규정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학회는 우선 개정안이 도입한 형사특례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짚었다. 임의적 형 감면과 기소제한 특례는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 및 설명의무 이행, 나아가 손해배상 전액 지급 등의 사후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된다. 이에 대해 학회는 “형사책임은 행위 당시의 고의·과실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보험 가입 여부나 배상 여부 등 사후적 요소가 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