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세 김진호(남·가명) 환자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인한 쇼크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다. 평소 막걸리 한 병을 매일 마실 정도로 애주가였던 김씨는 자신이 B형간염 보균자임을 모르고 있었다.
복부 CT 검사를 통해 살펴본 결과, 간의 반쪽을 차지한 암이 복강 출혈을 일으켰고 이미 주요 혈관까지 침범된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간암 4기이며, 복강 출혈로 인해 즉시 사망할 확률이 1/3이 넘었다.
응급 경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해 출혈을 멈췄고, 이후 간의 반쪽을 잘라내고 혈관 내 종양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간암이 재발하고 폐 전이까지 진행됐다.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환자 치료에 대해 수차례 논의하면서 전신항암 치료와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 또한 시행했다.
처음 간암 진단을 받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환자의 간 기능은 양호한 상태로 유지되고 3년 반 동안 간암도 재발하지 않으면서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간암, 6개 진료과 의료진이 모인 ‘다학제진료’
환자 개인별 ‘다학제·맞춤진료’와 ‘정밀의학’ 등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과거, 하나의 진료과에서 이뤄진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가 이제는 다양한 진료과에서 협진 하는 시스템인 ‘다학제 진료’로 전환되고 있다.
다학제진료는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환자의 상태와 치료법을 의논하고 최선의 치료 방향을 제시한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어 환자 만족도와 치료효과가 높다.
간암 다학제진료는 △소화기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종양혈액내과, △핵의학과 의료진으로 구성된다. 소화기내과는 간암의 진단과 치료를 외과에서는 간이식, 간절제술 등 수술적 치료를 방사선종양학과에서는 토모테라피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영상의학과에서는 경동맥화학색전술, 종양혈액내과는 항암치료, 핵의학과는 인체에 무해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간암의 진단과 치료경과를 판단한다. 이처럼 간암 다학제진료는 간암의 개수, 크기와 위치, 간 기능, 환자 연령 등 모든 사항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다.
경희대병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을 이끌고 있는 소화기내과 김병호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보면 진료실에서 만나는 담당의사가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뒤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다”며 “6개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진료의 목표는 최선 치료법을 찾고 최상의 치료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간암 다학제진료팀]
생체 간이식 성공한 경희대병원 ‘간암 다학제진료팀’
경희대병원 간암 다학제진료팀은 지난 1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환자는 간이식 이후, 의료진이 추적관찰 중이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특히, 기증자인 딸의 건강상태도 평소와 같다.
생체 간이식 수술은 말기 간질환 및 간암을 동반한 환자에 한해 진행한다. 뇌사자 간이식 수술에 비해 복잡하고 정교한 의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