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에 있어 지방줄기세포가 새로운 접근법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다양한 성장인자가 두피 세포의 재생 환경을 조성하고, 모낭 기능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면서다. 상용화까지는 검토가 필요한 단계지만, 기존 치료법의 보완재 혹은 새로운 대안으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탈모人 천만시대...치료 시작해야 될 때는 언제?
대한탈모치료학회는 국내 탈모 인구를 전체 인구의 20%인 1000만명 수준으로 추산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탈모 고민을 안고 있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탈모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하나는 모발이 빠지는 형태로, △원형탈모 △산후탈모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탈모와는 양상이 다르다. 다른 하나는 모발이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안드로겐성 탈모가 대표적이다. 모발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늘어지면서 밀도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정수리 혹은 가르마 부위가 비치기 시작했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치료로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 △먹는 약인 피나스테라이드, 두타스테라이드 △모발이식술 등이 있다. 다만 먹는 약은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우려가 있고, 일부 약은 태아의 성기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 중인 여성의 복용은 금기 사항으로 분류된다. 모발이식은 가격이 비싸고 이식을 한 부위외에 탈모가 진행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줄기세포, 탈모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희망"
최근 자가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탈모 치료가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장기간 약을 먹지 않아도 되면서, 기존 모낭을 재생해 자연스러운 모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줄기세포 자체가 많은 성장인자들을 분비하며 (탈모 부위에 주입 시) 주변에 존재하는 세포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다"며 "세포들의 성장이 촉진된 주변 모낭들은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고 그 결과로 굵은 모발이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줄기세포는 복부나 허벅지 등 지방에서 추출되며, 채취가 간편하고 세포 수가 많아 차세대 치료 자원으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골수보다 약 500배, 말초혈보다 2만5000배 많은 줄기세포를 함유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자가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활용해 세포 재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세포치료'의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된다.
허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 효과는 단순히 모발이 굵어지는 것을 넘어 모낭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도 동물실험 수준에서 가능해졌다"며 "치료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해서 인체 실험에도 성공한다면 기존 안드로겐성 탈모뿐만 아니라, 화상 등으로 발생한 흉터 탈모에도 새로운 치료 희망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줄기세포, 이제는 종합 치료제로 인식 바뀌어야"
최근 의료계에서 지방줄기세포가 단순한 안티에이징 시술을 넘어 전신 치료제로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피부 탄력 개선이나 주름 완화 등 안티에이징 목적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지만, 최근에는 관절염 등 연부조직 치료, 일부 생식기능 회복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치료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관절염을 비롯한 연부조직 질환 치료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자가 지방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6개월 추적 관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이 나타났으며, 치료 안전성도 확인된 바 있다.
최근에는 생식 기능 회복을 위한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난소 기능이 저하된 여성에게 지방줄기세포를 투입해 난소 기능을 개선하고 여성 호르몬 수치를 높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김정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는은 "지방줄기세포를 조기폐경 여성에게 주입하자 일부에서 월경이 재개하고 난소자극호르몬 수치가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조기폐경은 골다공증과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이 있어, 지방줄기세포를 활용한 생식 치료 분야에서의 향후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지방줄기세포는 단순 미용 치료를 넘어, 탈모부터 연부조직 손상, 난소 기능 저하 등 전신 질환을 아우르는 종합 치료제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세포 뱅킹(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 치료는 물론 노화나 질병 등 미래를 대비한 의료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