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빠진 사람’.
과거부터 줏대 없이 행동하는 사람을 빗댈 때 바로 이 ‘쓸개’를 인용한다. 쓸개는 담낭을 말하는데, 여기서 ‘담’을 용기와 결부시켜 희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담(용기)이 부족한 사람’을 표현하면서 애꿎은 쓸개가 언급된 셈이다. 웃프게도 요즘 이 쓸개가 아픈 사람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주요 수술 통계 연보를 보면, 지난 2018년 인구 10만명 당 149명이던 담낭절제술 환자가 2022년 177명으로 늘었다. 연평균 4.4% 증가율이다. 34개 주요 수술로 놓고 보면 상위 5위다. 단순히 넘어가기엔 이미 대표적인 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정보 접근과 함께 수술에 신중할 것을 강조한다.
부천세종병원 이준서 과장(간담췌외과)은 21일 “외과에서 가장 흔한 게 맹장 수술이었는데, 최근 들어 담낭절제술이 가장 흔한 수술이 됐다. 그런데도 아직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병원 선택, 수술 시기 등에서 고려될 사항이 많은 만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담낭이란?
담낭은 담도 옆에 곁가지로 붙어있는 주머니다. 간에서 담즙을 만드는데, 담낭에서 이를 머금고 있다가 식사를 하면 한 번에 쭉 짜서 음식과 섞어 장으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담도는 담낭에서 장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
담낭 안에 여러 가지 병변이 생기면 잘라내는 수술(담낭절제술)을 하게 된다. 담석 혹은 용종이 발견돼 절제하는 게 대부분이다.
병변은 초음파로 확인한다. 초음파 영상에서 담낭 뒤쪽에 그림자가 질 경우(후방음영) 담낭 안에 담석이 있음을 판단한다. 또 담낭 벽이 두꺼워졌다면 만성 염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증상에는 소화불량, 우상복부 통증, 상복부 통증, 식사 후 불편, 기름진 음식 식사 후 더 불편, 불편한 느낌이 등 부위로 뻗침 등이 있다.
■ 담낭절제술 신중해야…‘환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실수 3가지’
통상 환자 입장에서는 탈장 혹은 맹장 수술에 비해 담낭 수술을 결정하는 게 어렵다.
극심한 통증이 따르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장기를 제거하는 게 부담일 수도 있다.
수술을 하는 게 맞는 건지, 수술 후 식습관이 바뀌는 건지 등 온라인상에 각종 질문이 넘쳐나는 게 이를 대변한다.
부천세종병원 이준서 과장(간담췌외과)은 “수술에 신중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실수 3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환자들의 가장 흔한 실수는 ‘병원을 잘못 선택하는 것’이다.
수술은 약 복용과는 다르게 되돌릴 수 없다. 병원의 특성, 집도의의 경험, 응급상황 대처능력, 수술 후 관리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병원을 선택하고 수술해야 한다.
고령, 만성질환 등 고위험군 환자는 대학병원이 유리하고, 수술이 급하거나 반복 방문이 힘든 경우 종합병원이 유리하다.
이 과장은 “담낭절제술이 큰 수술은 아니다”라며 “무조건 대학병원을 고집하는 것도, 또 집 근처 아무 병원을 가는 것도 답이 아니다. 내 상황과 수술 난이도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담췌외과 진료과 유무 확인’도 병원 선택에 중요한 요소라 덧붙였다.
이 과장은 “대장항문외과, 위장관외과 등 소속 의사들도 물론 담낭절제술을 할 수 있다. 통상 외과의 기본 3가지 수술 항목으로 맹장, 탈장, 담낭 등으로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담도 기형, 혈관 기형 등 병변의 종류와 치료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것이다. 전문 지식과 노하우면에서 특화된 간담췌외과 전문의로부터 담낭 수술을 받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부천세종병원은 간담췌외과 전문의인 이 과장을 필두로 담낭 질환에 특화된 별도 담낭센터를 운영하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 과장은 담낭 질환 정보공유 커뮤니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올바른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환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실수는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건 상식이다. 담낭절제술도 마찬가지다.
담낭 안에 담석이 크고 많은데도 문제를 방치했을 경우 담석이 담도에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땐 수술만으로 해결 안 되고, 내시경으로 담도를 먼저 청소해 놓고 그다음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
흔치 않지만, 담석이 장까지 내려가서 결국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과장은 “수술을 마냥 늦추다간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합병증을 키울 수 있다”며 “지금이 수술 적기인지 전문의와 함께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단이 애매한데 덥석 수술을 받는 것’도 환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실수다.
담낭에 담석이 있으나 증상이 없는 경우는 딱히 수술할 필요 없다. 증상이 없음에도 미리 장기를 제거하는 것은 장기의 고유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담낭을 제거했을 때 장단점은 명확하다.
담낭을 제거하면 병변으로 인해 발생했던 증상이 당연히 완화되는 효과를 얻는다. 더욱이 미래의 담낭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장기를 제거한 만큼 그 고유의 기능 상실로 인한 합병증이 따를 수 있다. 설사 혹은 소화불량이 대표적이다.
부천세종병원 이준서 과장(간담췌외과)은 “효과적인 치료는 수술 전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수술을 예방하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며 “무엇보다 담낭은 담석 등의 문제로 인한 증상이 맞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의와 함께 최상의 시나리오,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확인하고 충분히 상의한 뒤 수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