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던 53세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키 158cm에 체중 57kg 정도로 정상체중이었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는 가정주부였다. 암이 발생했다는 것은 운동, 영양, 감정적인 스트레스, 환경변화 등이 반복적으로 몸의 체력을 앗아가는 방향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경험에 따르면 암이 발생하기 수개월에서 수년 전부터 위의 네 가지 중 체력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한두 가지 변화가 선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 진단 5년 전 이 환자의 영양평가 결과에 따르면 아침·점심 식사가 필요 열량의 반 정도였고, 저녁 식사만 500kcal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총칼로리 섭취가 1,500kcal 정도로, 소식하는 70대 이상의 노인의 영양 상태에 해당했고, 대부분의 영양소가 모자라는 상태였다. 한마디로 영양적으로 매우 부실한 식사를 하는 경우였다. 문제는 1년 전부터 오전 음식 섭취량이 적어 영양소가 모자란 상태에서 2시간 이상 산에 다녀오는 운동을 시작해,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식사한 것을 정리하기도 전에 의도치 않게 잠에 빠져 2시간 넘게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낮잠을 자고 나면 회복되었기 때문에 환자는 그 부분이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시간 낮잠은 체력 소진의 신호
스페인에는 시에스타(Siesta)라고 해서 점심 후 낮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전통적인 문화가 있는데, 이는 더운 여름 기후에 적응해 건강을 지키기 위한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봄에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할 때 ‘춘곤증’이라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낮에 휴식이 꼭 필요할 만큼 열악한 환경은 아니다. 수면이 장기의 휴식과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밤에 자는 잠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잠에 대한 연구는 적은 편이다. 정확한 답은 없지만, 낮잠이 지나친 경우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나친 낮잠, 질병의 신호
낮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시간 낮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정도의 피로감은 질병 위험을 높인다. 나사(NASA)는 과거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30분 이내의 낮잠은 집중력을 34% 향상하고, 오류율을 16% 낮춘다고 보고했다. 최근 중국에서 중장년층 9,81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30분 이내의 오후 낮잠은 낮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질환·신장질환·대사증후군의 위험을 35.3% 낮췄고, 60세 이상에서는 90분 이내의 낮잠이 대사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90분 이상의 낮잠은 밤잠의 리듬에도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대사질환 위험을 높였고, 이는 체력 소진에 따른 결과로 설명한다. 결국 이 환자의 경우,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행이 체력을 바닥내는 순간을 반복적으로 초래하면서, 면역력과 회복력에 이상을 초래해 암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상태를 고려한 생활습관 변화 필요
운동이나 영양 등 한 가지 생활습관에 일시적인 문제가 있다고 반드시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 운동과 영양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한다.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약간 숨찬 운동을 하도록 권유하면, 유산소운동도 늘리고 맨손체조, 근력운동에도 욕심을 내곤 한다.
또 아침 식사로 샐러드와 과일, 계란 등을 먹는 것이 ‘저속노화’ 식단이라고 하면, 몸의 반응은 살피지도 않고 일관되게 지속하기도 한다. 아침 식사로 과일, 채소 등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소화력이 약한 분에게는 오히려 식사를 거르는 것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잦은 배변과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 등이 궁극적으로는 체력 저하를 일으켜, 암이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간혹 우리나라 고령자의 건강관리는 지나치게 일관되기보다는 ‘작심삼일’로 실천하는 경우가 오히려 덜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뭔가 신념을 가지고 시작하면 앞뒤 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상체중 또는 과체중 범위일 때, 비만하더라도 고령자의 경우는 운동량이 늘면, 운동 전에 주식 또는 간식으로라도 열량 섭취를 조금 늘려야 힘의 균형과 대사 속도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고, 질병 예방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고령자에게 30분 이내의 낮잠은 밤잠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좀 더 잘 자도록 돕기도 하지만, 평상시보다 나도 모르게 곯아 떨어져 장시간 낮잠을 자게 되는 경우는 체력 소진의 결과일 수 있으므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