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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공론이 호남 응급의료 붕괴 부른다”…광주·전남북의사회,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 전면 반대

광주광역시의사회·전라남도의사회는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추진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안)」에 대해 “전국에서 가장 취약한 호남지역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가속화할 탁상공론의 결정체”라며 강력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이들 의사회는 5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응급실 뺑뺑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현상만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전형적인 전(前) 정부식 정책 추진”이라며 “시범사업안이 강행될 경우, 이미 뇌사 상태에 가까운 응급의료 전달체계에 사실상의 사망 선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회는 먼저 이번 시범사업안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실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배제된 채 중앙정부와 지자체, 소방 당국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고 비판했다. 복지부와 소방청은 지자체·소방본부·광역상황실·응급의료기관 간 합의를 거쳐 지침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세부 지침이 확정된 상태에서 의료진은 숙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으며, 반대 성명 이후에도 사업안은 단 한 차례도 수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광역상황실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최소화한 채 이송 병원과 최종 전원 병원을 지정하는 방식에 대해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의 실제 원인을 외면한 채, 수용을 거부한 의사를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는 저열한 여론몰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사회는 ‘응급실 뺑뺑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지목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불가피한 의료 결과에 대해서까지 형사 입건과 기소, 민사상 고액 배상 판결이 이어지면서 응급의료 현장에서 적극적 진료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명서는 일본·미국·유럽의 사례를 언급하며 “대부분의 선진국은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의료인의 형사 책임을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형사 입건과 기소, 민사 배상 판결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소아외과 전문의 부재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수술에 나섰던 외과 전문의에게까지 10억 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응급의료 기피를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고 싶지 않은 응급의학과 의사는 단 한 명도 없다”면서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피한 악결과가 발생했을 때, 수사와 소송, 형사처벌과 민사배상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어떤 의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비응급 외래와 병동에서도 완벽한 준비와 설명, 동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에서 이를 강요하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발상”이라며 “불가피한 의료 결과의 책임을 치료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에게 전가하는 사법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응급실 뺑뺑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강행될 경우 응급의료시설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전 단계에서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되고, 이미 과밀화된 일부 지역센터에서는 오히려 응급환자 처치 지연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격오지와 의료취약지가 많은 호남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시행될 경우, 지역 응급의료체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광주·전남북의사회는 “현재의 시범사업안을 즉각 백지화하고, 실제 의료진은 물론 수사기관과 사법부, 행정부가 모두 참여하는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제도 개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강제하는 정책은 또 하나의 실패한 의료정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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