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이하 아주의대 교수노조)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며, 중노위의 근로시간 중재 부작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중재 절차의 위법성 판단을 넘어, 의과대학 단위 교수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노동법·교원노조 영역 모두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 “근로시간 중재 배제는 위법한 부작위”
아주의대 교수노조는 2021년 4월 전임교수를 조합원으로 결성된 교수 노동조합이다. 노조는 2022년 대우재단과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임금인상률과 근로시간 결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에 따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모두 이를 거부하면서 중재 절차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임금인상률에 대해서만 중재를 진행하고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중재를 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를 두고 “중재 대상이 된 핵심 쟁점 중 하나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은 위법한 부작위”라며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중재 대상이 된 두 가지 사항 중 하나인 근로시간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것은 노동위원회의 법적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근로시간의 성격을 단순한 근로조건 중 하나가 아닌, 임금 산정의 전제가 되는 기본 요소로 보았다. 근로시간이 확정되지 않으면 연장근로, 야간근로, 당직근무에 대한 임금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로시간 중재를 배제한 중노위의 판단은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취지다.
■ “교원 근로시간은 없다”는 사용자 주장에 제동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그간 대학 측이 유지해온 **“교원의 근로시간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의과대학 교수들의 야간 당직, 응급의료 대응, 주말 근무 등 현실적인 노동 강도를 임금 산정에서 배제하는 논리로 작용해 왔다.
법원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근로시간 중재를 회피한 중노위의 태도가 결과적으로 사용자 측에 유리한 판단으로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였고, 대우학원은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중재 배제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했는지도 분명히 드러난다.
■ 의과대학 교수노조, 다시 한 번 “적법” 판단
이번 판결의 또 다른 핵심은 의과대학 단위 교수노동조합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이다.
대우학원은 과거부터 교원노동조합법을 근거로 “교원노조는 학교 또는 전국 단위로만 설립 가능하며, 단과대학 단위 노조는 위법”이라는 주장을 지속해 왔다. 이에 따라 아주의대 교수노조의 설립 자체를 부정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1심에서는 학교법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심에서 학교법인의 원고적격이 부정돼 각하됐고, 해당 판결은 2025년 1월 9일 대법원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에서 대우학원은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다시 등장해 “각하 판결은 적법성 판단이 아니며, 의대 교수노조는 여전히 교원노조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법원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 “단결권은 헌법적 가치…의대 교원의 특수성 고려해야”
재판부는 판단 이유로 근로자의 단결권이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의과대학 교원의 경우 진료, 당직, 응급 대응 등으로 인해 다른 단과대학 교원과 근로조건 결정 구조가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단과대학 단위의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교원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적 판단을 넘어, 교원노조법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 의대 교수노조의 법적 지위 확립…근로시간 논의 본격화 전망
이번 판결로 △중노위의 근로시간 중재 부작위가 위법이라는 점 △의과대학 단위 교수노동조합의 적법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의대 교수 노동의 법적 틀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근로시간 결정이 전제됨으로써, 야간 당직·연장근로에 대한 임금 산정의 기준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노동조합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가운데, 이번 판결이 대학 의료현장의 노동 질서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