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5 (수)

  • 맑음동두천 18.1℃
  • 흐림강릉 13.0℃
  • 맑음서울 19.5℃
  • 맑음대전 18.8℃
  • 맑음대구 15.2℃
  • 맑음울산 13.4℃
  • 맑음광주 18.5℃
  • 맑음부산 15.6℃
  • 맑음고창 12.0℃
  • 맑음제주 15.7℃
  • 맑음강화 12.1℃
  • 맑음보은 17.1℃
  • 맑음금산 17.2℃
  • 맑음강진군 15.6℃
  • 맑음경주시 14.0℃
  • 맑음거제 14.6℃
기상청 제공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 자서전/20/길고 긴 인내의 여정 끝에 이룬 용각산과의 만남

용각산과의 만남은 실로 인내가 필요한 길고  긴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그것은 기술제휴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바로 인내가 주는, 그 끈질긴 수고로움이 주는 결실과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66년 6월 22일, 주식회사 용각산의 부사장 스기야마(杉山)와 기획관리실장 이께다(池田)가 드디어 보령제약을 방문했다. 보령으로서는 그들이 실로 반갑고도 귀한 손님이었지만 기술제휴 경험이나 관련 전문지식이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당장 상담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본인 특유의 성품답게 본격적인 상담에 들어갈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까다롭게 나오는 바람에 상담은 쉽게 진척이 되지 않았다.


부사장도 부사장이려니와 특히 이께다 기획관리실장은 매사에 정확하고 빈틈없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일본 내에서 그는 ‘키신저’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키신저 같다’라는 말이 매사에 빈틈이 없고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께다는 걸핏하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복안이나 자료를 요구하는가 하면 향후 기술제휴의 초안이 될 문구 하나 하나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자신감밖에 없던 나로서는 때때로 그들의 태도가 당황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고, 특히 내 자신의 신념을 내비치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그 과정의 하나로 나는 용각산의 중역들을 성수동 공장 터로 데려가 우리의 의지를 눈으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당시 성수동 공장은 착공도 되지 못한 채 그저 부지만을 닦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저 곳에 들어설 우리 공장은 결코 건설자금이나 자재로만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남다른 성실과 노력의 결과로 저곳에 기둥을 박고 지붕을 얹힐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비록 우리 보령제약이 최고의 제약회사는 아니지만 앞으로 저 곳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최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때부터 용각산의 중역들은 차츰 보령제약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 듯 했다.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약국에서 출발하여 단기간 내에 외국과 기술제휴를 시도하는 단계까지 오른 것이 바로 남다른 신뢰감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김승호 회장(왼쪽)이 일본 용각산을 방문,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한 후 후지이 야스오 사장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1966년 12월, 나는 드디어 주식회사 용각산 후지이 야스오(藤井康男)사장의 초청으로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그리고 일주일간 일본에 머무르면서 마침내 주식회사 용각산과의 기술제휴 게약을 체결했다. 지난 2년 이상을 끈질기게도 설득한 인내의 결과였다.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나는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지 않고 일본 내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생산시설을 둘러보았다. 축적된 기술과 앞선 설비, 그리고 생산 공정이나 영업정책에 이르기까지 나로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특히 그들의 신제품 개발의욕과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산더미처럼 쌓여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여러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오랜 노력 끝에 계약을 성사시킨 일에 관한 흥분된 마음이라기보다 오히려 앞으로 나와 보령이 헤쳐나가야 할 산적한 일들에 관한 새로운 고민의 시작이었다.


비행기 좌석에 몸을 기댄 나는 목 뒤에다 승객용 베개를 베면서 문득 침향목(枕香木)에 관한 생각을 떠올렸다. 침향목은 향나무를 베어 물 속에 넣었다가 꺼낸 것을 말하는데, 향기가 좋고 병충해 방지에도 효과가 뛰어나 예로부터 귀하게 여기던 물건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침향목 만들던 풍습이 차차 사라져버렸는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적어도 백년 이상은 깊은 물에 넣어 두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질긴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용각산과의 만남은 실로 인내가 필요한 길고  긴 여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았다. 그것은 기술제휴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결과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바로 인내가 주는, 그 끈질긴 수고로움이 주는 결실과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옛날 침향목 만들던 선조들의 인내를 다시 되돌아보면서 나는 보령제약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배너
배너

배너

행정

더보기
심평원, 암질환심의위 결과 공개…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급여기준 확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중구)은 2026년 제4차 암질환심의위원회(4월 15일 개최)에서 심의한 ‘암환자 대상 약제 급여기준’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심의에서는 신약에 대한 요양급여 결정신청과 기존 약제의 급여기준 확대 여부 등이 논의됐으며, 일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해 급여기준이 확대되는 한편, 주요 신약은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 먼저, 신약인 투키사정(투카티닙, 한국화이자제약)과 티루캡정(카피바설팁,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은 각각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급여 신청이 이뤄졌으나, 이번 심의에서는 급여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 또한 CAR-T 치료제인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 한국노바티스)의 경우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 치료에 대한 급여 확대가 검토됐으나, 역시 기준 설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반면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 옵디보주(니볼루맙, 한국오노약품공업)와 여보이주(이필리무맙, 한국BMS제약)의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에 대해 급여기준이 확대·설정됐다. 다만,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또는 재발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이필리무맙과

배너

배너
배너

제약ㆍ약사

더보기
이탈리아 경제사절단, 동아에스티 송도 캠퍼스 방문…K-제약·바이오 경쟁력 확인 동아에스티(대표이사 사장 정재훈)는 지난 14일 이탈리아 최대 경제 단체 콘핀두스트리아(Confindustria) 소속 대표단(사진)이 송도 연구소 및 캠퍼스를 방문했다고 15일 밝혔다. 콘핀두스트리아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산업 총연맹으로, 국내외 211개 산하 조직을 기반으로 정책 소통과 기업 간 협력, 산업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대표 경제 단체다. 이번 대표단은 한국의 혁신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해 방한해 주요 기업과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으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 기업 가운데 동아에스티를 방문 대상으로 선정했다. 동아에스티는 대표단에 송도 연구소의 최첨단 연구개발(R&D) 시설과 송도 캠퍼스 생산시설을 소개했다. 아울러 R&D 중심 경영 전략과 글로벌 시장 진출 방향을 공유하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대표단은 R&D와 생산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동아에스티의 사업 구조와 경쟁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소개하고 이탈리아 산업계와의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 계

배너
배너
배너

의료·병원

더보기
6년 만에 내려진 ‘동희 군 사건’ 민사 1심…법원 “병원 공동 책임, 4억 배상”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15일 6년 전 미신고 대리 당직과 응급실 수용 거부 논란 속에 사망한 고(故) 김동희 군 의료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 1심에서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의 공동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약 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편도 제거 수술을 시행한 뒤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송 중인 응급환자의 수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상급종합병원과, 미신고 대리 당직 상태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2차 병원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전체 손해의 70%에 해당하는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2019년 10월 4일 동희 군이 상급종합병원에서 편도 제거 수술을 받은 이후 시작됐다. 이후 상태가 악화된 동희 군은 10월 9일 2차 병원을 거쳐 119 구급차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으나, 최초 수술을 진행한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용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약 20km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동희 군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5개월 뒤인 2020년 3월 사망했다. 앞서 진행된 형사재판 1심에서는 의료진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진료기록 허위 작성 등 의료법 위반과 응급환자 수용 거부에 따